‘엔켈리아 파리노사(Encelia Farinosa)’라는 꽃이 있다. 사막에서 피는 꽃이다. 이처럼 사막에서도 꽃은 핀다. 이 세상엔, 우리가 아직 목도하지 못한 수많은 꽃들이 있다. 기술의 발달로, 전 세계의 다양한 꽃들을 점차 더 다양하게 접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 요즘 꽃집에서도 이색 꽃들이 인기다. 다양한 꽃들만큼이나 꽃 장식도 다채로워지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에 빠지는 건, 시대를 막론하는 문제일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 광진구 화양동 ‘스텔링플라워’ 이지윤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Q. 귀 사의 설립(혹은 창업)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저는 꽃집 창업 전에 매거진 에디터로 일을 했는데요. 요즘은 미용실에서도 두꺼운 패션 잡지 안 보는 거 아시나요? 제가 처음 일했던 잡지부터 지난해 퇴사 전까지 일했던 약 7~8년의 기간 동안, 정말 많은 잡지가 사라지는 걸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 왔습니다. 물론 제가 일했던 잡지가 사라진 적도 많습니다. 일은 적성에 맞고 즐거웠지만, 온라인 매체와 달리 종이 잡지는 피드백이 전무할뿐더러 무엇보다 비전이 없어 보였습니다. 30대, 40대까지 잡지 에디터로 일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새로운 일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도예, 가죽 공예, 베이킹 등 다양한 원데이 클래스를 수강하기 시작했죠. 여러 수업 중에서도 꽃바구니를 만들었던 플라워 클래스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오롯이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컨트롤할 수 있다는 점이 적성에 맞았고, 글쓰기에서 단어와 문장을 하나씩 쌓아가는 것처럼 소재와 꽃을 더해가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가는 점도 즐거웠습니다.
평일에는 매거진 에디터로 일하고, 주말에는 꽃 학원에 다녔습니다. 3년 넘는 기간 동안, 기초반부터 창업반까지 들을 수 있는 수업은 거의 다 들은 것 같아요. 그리고 지난해, 퇴사 이후 대형 꽃집에 취직해 일하면서 경험을 조금 쌓다가, 하루빨리 내 작업을 해보고 싶어 창업하게 됐습니다.
Q. 귀 사의 주요 서비스(프로그램) 분야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저는 글이라는 콘텐츠를 만들었던 사람으로서, 꽃도 하나의 콘텐츠로 풀어내겠다는 목표로 창업했습니다. 꽃집 이름인 '스텔링(Stelling)'도 '이야기하다'라는 뜻의 'storytelling'에서 가져왔죠. 매달, 새로운 주제를 정해 그 주제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꽃과 제가 쓴 글을 소개하는 '이달의 스토리'를 제 가게의 시그니처 서비스로 키울 예정입니다. 예를 들어, 나의 '인생 영화' 또는 감명 깊게 읽은 책 속의 문장에서 영감을 받아 꽃을 디자인하여, '이야기'가 담겨 있는 플라워 컨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 꽃은 꽃 자체로도 좋긴 하지만요.
Q. 귀 사만의 특징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저는 '스텔링'을 소개할 때 "컬러와 형태를 탐구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있습니다. 가게 인스타를 보시면 아실 수 있을 텐데, 컬러 조합에 진심이거든요. 팝하고 선명하면서 생동감 넘치는 다양한 컬러를 여러 상품에 녹여내고 있습니다. 꽃과 꽃의 조합이나 꽃과 포장지, 또는 식물과 제가 직접 제작한 화분의 매칭 등에서요. 꽃의 매력은 어느 것 하나 같지 않은, 독창적이면서 감탄이 나올 정도로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컬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꽃과 식물의 매력을 극대화해서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
Q. 귀 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 대표자(최종 관리자)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A. 오픈 4일 차에 벌어진 일인데요, 일주일 동안 가게 앞에서 식물을 구경하거나 지나가는 분들에게 꽃 한 송이를 포장해서 나눠드렸습니다. 저녁때쯤 여성 두 분이 창문을 통해서 가게를 구경하시길래, 바로 가서 꽃을 드렸어요. 오픈 기념이라며 꽃이나 식물 구매하실 일 있으면 언제든 오시라고요. 그분들은 기분 좋게 꽃을 받고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서 작은 화분 하나를 구매해가셨어요. 그리고 잠시 뒤 인스타로 디엠이 왔는데요. "웃는 얼굴로 꽃을 준 사장님이 너무 좋아 보여서 식물까지 샀어요. 오픈 초창기라 손님이 없을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친절하고 귀엽게 손님 맞아주시면 대박 나실 거예요!"라고요. 방금 전에 식물을 사 가신 분들이 이렇게 따뜻한 메시지를 보내셨더라고요. '날 아는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까?' 하고, 신기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저에게는 잠깐 스쳐가는 분들이지만, 손님들은 저를 '꽃집 사장님'이라고 기억하잖아요. 모두에게 따듯한 꽃집 사장님이 되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던 날이었습니다.
Q. 향후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아직 꽃집을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정말 많습니다. 일단 제 브랜드의 색을 잘 쌓아가고 싶습니다. '컬러 예쁜 꽃다발'을 사고 싶다면 '스텔링'을 떠올릴 수 있도록요. 또, '귀엽고, 특이한 식물을 살 수 있는 곳'으로도 인식되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오픈 초기에는 꽃보다 식물이 더 잘 팔렸는데요. 다른 꽃집에 없는 식물, 직접 제작한 단 하나 밖에 없는 화분이 정말 반응이 좋았거든요. 제 뾰족한 취향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스텔링'을 많이 찾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후에는 더 다양한 작업도 해보고 싶습니다. '동네 꽃집'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스텔링'을 하나의 브랜드처럼 키워나가고 싶습니다. 공간 장식이나 사진 촬영, 다른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협업) 등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많습니다.
Q. 독자들에게 전할 말
A. 자신의 취향이나 이야기를 담은 조금 더 특별한 꽃을 찾고 계시다면, '스텔링'을 찾아주세요. 생기발랄한 컬러 조합으로 기분 좋은 플라워 컨텐츠를 선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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