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일리

광진구 화양동 ‘스텔링플라워’ 이지윤 대표 "색감과 이야기의 조합으로 좀 더 특별하게"

류혜경 | 기사입력 2024/05/09 [14:27]

광진구 화양동 ‘스텔링플라워’ 이지윤 대표 "색감과 이야기의 조합으로 좀 더 특별하게"

류혜경 | 입력 : 2024/05/09 [14:27]

 

엔켈리아 파리노사(Encelia Farinosa)’라는 꽃이 있다. 사막에서 피는 꽃이다. 이처럼 사막에서도 꽃은 핀다. 이 세상엔, 우리가 아직 목도하지 못한 수많은 꽃들이 있다. 기술의 발달로, 전 세계의 다양한 꽃들을 점차 더 다양하게 접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 요즘 꽃집에서도 이색 꽃들이 인기다. 다양한 꽃들만큼이나 꽃 장식도 다채로워지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에 빠지는 건, 시대를 막론하는 문제일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 광진구 화양동 스텔링플라워이지윤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광진구 화양동 ‘스텔링플라워’ 이지윤 대표    

 

 

Q. 귀 사의 설립(혹은 창업)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저는 꽃집 창업 전에 매거진 에디터로 일을 했는데요. 요즘은 미용실에서도 두꺼운 패션 잡지 안 보는 거 아시나요? 제가 처음 일했던 잡지부터 지난해 퇴사 전까지 일했던 약 7~8년의 기간 동안, 정말 많은 잡지가 사라지는 걸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 왔습니다. 물론 제가 일했던 잡지가 사라진 적도 많습니다. 일은 적성에 맞고 즐거웠지만, 온라인 매체와 달리 종이 잡지는 피드백이 전무할뿐더러 무엇보다 비전이 없어 보였습니다. 30, 40대까지 잡지 에디터로 일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새로운 일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도예, 가죽 공예, 베이킹 등 다양한 원데이 클래스를 수강하기 시작했죠. 여러 수업 중에서도 꽃바구니를 만들었던 플라워 클래스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오롯이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컨트롤할 수 있다는 점이 적성에 맞았고, 글쓰기에서 단어와 문장을 하나씩 쌓아가는 것처럼 소재와 꽃을 더해가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가는 점도 즐거웠습니다.

 

평일에는 매거진 에디터로 일하고, 주말에는 꽃 학원에 다녔습니다. 3년 넘는 기간 동안, 기초반부터 창업반까지 들을 수 있는 수업은 거의 다 들은 것 같아요. 그리고 지난해, 퇴사 이후 대형 꽃집에 취직해 일하면서 경험을 조금 쌓다가, 하루빨리 내 작업을 해보고 싶어 창업하게 됐습니다.

 

 

Q. 귀 사의 주요 서비스(프로그램) 분야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저는 글이라는 콘텐츠를 만들었던 사람으로서, 꽃도 하나의 콘텐츠로 풀어내겠다는 목표로 창업했습니다. 꽃집 이름인 '스텔링(Stelling)''이야기하다'라는 뜻의 'storytelling'에서 가져왔죠. 매달, 새로운 주제를 정해 그 주제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꽃과 제가 쓴 글을 소개하는 '이달의 스토리'를 제 가게의 시그니처 서비스로 키울 예정입니다. 예를 들어, 나의 '인생 영화' 또는 감명 깊게 읽은 책 속의 문장에서 영감을 받아 꽃을 디자인하여, '이야기'가 담겨 있는 플라워 컨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 꽃은 꽃 자체로도 좋긴 하지만요.

 

 

Q. 귀 사만의 특징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저는 '스텔링'을 소개할 때 "컬러와 형태를 탐구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있습니다. 가게 인스타를 보시면 아실 수 있을 텐데, 컬러 조합에 진심이거든요. 팝하고 선명하면서 생동감 넘치는 다양한 컬러를 여러 상품에 녹여내고 있습니다. 꽃과 꽃의 조합이나 꽃과 포장지, 또는 식물과 제가 직접 제작한 화분의 매칭 등에서요. 꽃의 매력은 어느 것 하나 같지 않은, 독창적이면서 감탄이 나올 정도로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컬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꽃과 식물의 매력을 극대화해서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

 

 

Q. 귀 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 대표자(최종 관리자)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A. 오픈 4일 차에 벌어진 일인데요, 일주일 동안 가게 앞에서 식물을 구경하거나 지나가는 분들에게 꽃 한 송이를 포장해서 나눠드렸습니다. 저녁때쯤 여성 두 분이 창문을 통해서 가게를 구경하시길래, 바로 가서 꽃을 드렸어요. 오픈 기념이라며 꽃이나 식물 구매하실 일 있으면 언제든 오시라고요. 그분들은 기분 좋게 꽃을 받고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서 작은 화분 하나를 구매해가셨어요. 그리고 잠시 뒤 인스타로 디엠이 왔는데요. "웃는 얼굴로 꽃을 준 사장님이 너무 좋아 보여서 식물까지 샀어요. 오픈 초창기라 손님이 없을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친절하고 귀엽게 손님 맞아주시면 대박 나실 거예요!"라고요. 방금 전에 식물을 사 가신 분들이 이렇게 따뜻한 메시지를 보내셨더라고요. '날 아는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까?' 하고, 신기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저에게는 잠깐 스쳐가는 분들이지만, 손님들은 저를 '꽃집 사장님'이라고 기억하잖아요. 모두에게 따듯한 꽃집 사장님이 되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던 날이었습니다.

 

 

▲ ‘스텔링플라워’ 꽃다발 및 화분    

 

 

Q. 향후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아직 꽃집을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정말 많습니다. 일단 제 브랜드의 색을 잘 쌓아가고 싶습니다. '컬러 예쁜 꽃다발'을 사고 싶다면 '스텔링'을 떠올릴 수 있도록요. , '귀엽고, 특이한 식물을 살 수 있는 곳'으로도 인식되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오픈 초기에는 꽃보다 식물이 더 잘 팔렸는데요. 다른 꽃집에 없는 식물, 직접 제작한 단 하나 밖에 없는 화분이 정말 반응이 좋았거든요. 제 뾰족한 취향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스텔링'을 많이 찾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후에는 더 다양한 작업도 해보고 싶습니다. '동네 꽃집'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스텔링'을 하나의 브랜드처럼 키워나가고 싶습니다. 공간 장식이나 사진 촬영, 다른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협업) 등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많습니다.

 

 

Q. 독자들에게 전할 말

  

A. 자신의 취향이나 이야기를 담은 조금 더 특별한 꽃을 찾고 계시다면, '스텔링'을 찾아주세요. 생기발랄한 컬러 조합으로 기분 좋은 플라워 컨텐츠를 선사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