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드라마 중에 하나가 바로, <괜찮아, 사랑이야>다. 조인성과 공효진이라는 걸출한 배우들의 연기에 관심이 쏠려 시청을 시작한 사람들마저, 그들의 아픔을 담고 있는 스토리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 강박증과 조현병, 스킨십 거부증, 뚜렛 증후군 등 다양한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다양한 이들의 만남이다. 이처럼 전문적인 정신과 진료가 필요한 병환도 있지만, 심리 상담으로 치유가 가능한 마음의 병도 있다. 마음의 병도 그냥 병이다. 아프면 치료받아야 하는 병이다. 더 이상 숨기거나 부끄럽게 여기지 말고, 상담소나 병원에서 하루라도 빨리 치유받을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경기 용인시 ‘그로잉스텝’ 이정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Q. 귀 사의 설립(혹은 창업)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대학병원 정신과 근무 당시, 제 업무 중 하나는 외래에 오는 성인이나 아동·청소년 대상 심리 상담 또는 사회기술훈련을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교수님이 상담 처방을 내리시는데, 환자가 너무 많아서 저를 만나 시작하기까지 수개월을 대기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특히, 아동 청소년들은 바로바로 개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대한 앞당겨도 2-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 속에서, 차선책으로 외부 상담 센터로라도 연계해야 했습니다. 진료도 수개월, 수 년을 대기해서 받는데, 처방 치료까지 또 기다려야 한다니, 환자와 가족 입장에서는 정말 난감하죠. 하지만 어디가 믿을만한 곳인지 찾기란 막연하고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퇴사하면 바로 그 ‘믿을만한’ 상담소를 차려야겠다고 오기가 생겼습니다. 설립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병원에서 만났던 학생들 때문이었습니다. 퇴사 후에도 제게 상담을 받고 싶다고 나선 친구들과 보호자들요.
Q. 귀 사의 주요 서비스(프로그램) 분야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제 주 분야는 아동청소년 심리 상담, 사회기술훈련입니다. 충동성, 사회성, 우울, 불안 등의 문제로 학생들을 꾸준히 만나고 있습니다. 목표는 또래관계, 발달과업의 적응적 성취입니다. 성인이 되어가는 과도기에서 부모님과의 관계 양상도 변화하는 시기이죠. 아이의 문제행동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기 때문에 경험상 단기 상담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라포 형성이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이제 좀 대화할 수 있겠다.' 하면 종결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필연적인 과정에서 적응력을 키우도록 장기 상담으로 이어나가는 편입니다.
작년 한 해 특별히 인기가 많았던 프로그램이 하나 있는데, 그건 부부 검사였습니다. 이름은 “남의 편 아닌 내 편”으로 지었는데, 정말 많은 커플이 다녀가셨습니다. 긴 상담이 아니더라도, 두 사람이 하나 되어 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도전, 역경을 미리 예측하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안 하고는 정말 큰 차이가 있더군요. 사실, 검사로 현재 상태를 이해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받는 분들이 많으셨습니다.
또, 정신과 치료를 받고 계시거나, 정신과 내원을 고려 중인 분들께도 안전한 징검다리의 역할을 하고자 정신과적 상담도 하고 있습니다. 때론, 상담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있거든요. 그럴 때는 병원 치료와 함께 병행하시도록 권하기도 합니다. 반대의 경우, 즉 병원 치료를 마무리해가면서 일상에 안착하기 위해 오시는 분들도 계세요.
Q. 귀 사만의 특징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시간적으로 비용적으로 부모님들께는 쉬운 선택은 아니기 때문에, 저는 더더욱 부모님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어갑니다. ‘과연 끝이 날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실제로 한 친구는 고1 때 만나서 다사다난한 학교생활을 마치고 대학교 2학년이 되어서 본인의 의지로 종결하기도 했으니까요. 함께 성장해가는 느낌을 받으니 너무 기쁘죠.
심리 상담을 받아보겠다 결심이 서도, 어디로 가야 할지, 어디가 믿을만한 곳인지, 확신할 수 없는 분들이 많으세요. 저는 병원 시스템 안에서 수련 받고 근무한 정신건강 전문 요원(보건복지부)입니다. 그래서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다양한 접근 방법을 모색하는 데 익숙합니다. 궁극적으로, 한 개인이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서 주체가 되어 잘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심리치료를 제공합니다. 특히, 문제의 원인이나 결과를 애매하게 아는 것보다 명확하게 알면, 해결책이 생기기 시작하더라고요. 제가 말씀드리지 않아도요. 그렇게 저는 한 개인이 변화되는 과정에 한 명의 동반자같이, 그분의 일생의 일부분에 함께 합니다.
Q. 귀 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 대표자(최종 관리자)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A. 드라마틱한 변화라기보다는, ‘이 아이가 이걸 견딜 수 있을까?’ 했던 상황을 넘어 더 큰 도전도 넉넉히 견뎌내는 그런 성장을 볼 때 가장 기쁩니다.
현재 5년에 걸쳐 유지하는 케이스가 있습니다. 초등학생 때 만나, 현재는 고등학생이 된 친구입니다. 처음에는 대화조차 되지 않았던 아이가, 지금은 자신의 심적 어려움을 말로 풀어낼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이 어떻게 해야 성장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아이로 성장했습니다. 당연히 아이의 생물학적 특성 때문에 매번 어려움이 있지만, 그럴 때마다 함께 상의하다 보면, 그 아이에게 매 시기 아주 좋은 답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지요. 그런 모습을 볼 때 이 일을 선택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Q. 향후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심리 상담은 객관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내담자와 건강하고 안전한 관계를 쌓아가면서 좋은 영향을 주고받아야 하는 주관성도 함께 갑니다. 저의 전문성을 계속해서 길러가는 것이 저에겐 중요한 목표입니다.
Q. 독자들에게 전할 말
A. 경중은 다르지만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를 만나는 순간이 꼭 옵니다. 정말 견디기 어려운 문제 앞에서, 스스로 이 상황을 해석하고 문제에 너무 몰입하다가 길을 잃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럴 때 누군가 필요합니다. 그 대상이 가족일 수도, 친구일 수도, 멘토일 수도 있습니다. 만일 그조차도 어려울 때는, 심리상담소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르게 생각하면, 어려운 시간을 겸허히 지나 보내는 자신을 경험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입니다.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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