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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시 ‘꿈고래놀이연구소’ 박현주 대표 "더 잘하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아이 맞춤 학습지"

함제우 | 기사입력 2024/06/12 [15:25]

경기 화성시 ‘꿈고래놀이연구소’ 박현주 대표 "더 잘하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아이 맞춤 학습지"

함제우 | 입력 : 2024/06/12 [15:25]

 

발달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학습지를 제작하는 1인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발달 장애인의 학습 필요와 특성을 고려한 전문적인 학습지를 개발하여, 개인별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창업자는 발달 장애 아동과 청소년의 교육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열정을 바탕으로, 각자의 학습 속도와 능력에 맞춘 학습지를 제작하여 학습의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1인 회사는 세심한 배려와 개인 맞춤형 접근 방식을 통해, 발달 장애인의 교육 격차 해소와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경기 화성시 꿈고래놀이연구소박현주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경기 화성시 ‘꿈고래놀이연구소’ 박현주 대표    

 

 

Q. 귀 사의 설립(혹은 창업)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저는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오랜 기간 장애통합어린이집, 아동 발달센터 등 장애 아이들과 관련된 일을 해왔습니다. 사실, 교실에서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키워내는 일만 교사의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부모가 건강해야 하고, 사회가 건강해야 아이들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아이의 장애를 처음 알게 되면 흔한 말로 멘붕상태가 됩니다. 장애아를 함께 키우는 전문가의 역할이란, 그 순간에도 옆에서 괜찮아. 잘 살 수 있어.’라고 아이의 성장 궤도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 잘 살수 있는성장의 길을 열어주는 사회의 시스템이 만들어지도록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그 간의 저의 역할이 장애를 처음 만난 부모들에게 나름의 행복한 삶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느려도 함께 걸어드릴게요.’였다면, 지금은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적인 지원의 한 부분을 맡게 된 듯합니다.

설립 취지는 한 일화로 대신할까 합니다.
인지치료사로 자폐성 장애 아이와 수업을 할 때였습니다. 아이는 자발어가 거의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녹음 버튼을 이용해 의사소통을 시도하고 있었죠. 예를 들면 과자 먹을래?’라고 물어보면 대답을 하지 않고 가져가거나 손도 못 대고 울고 있는 아이들이 있어요. 사회적인 의사소통의 차이로 인해 생기는 어려움이에요. 말로 시키면 반향어처럼 따라서만 말하니까, 버튼을 주고 더 먹고 싶어요.”, “그만 먹을래요.” 같은 문장을 녹음해 놓는 거죠.


신체 명칭을 쓰는 학습지를 제공했을 때 아이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아이가 공부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생각해서, 다그치기도 하고 찬찬히 설명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그치지 않고 계속 울었습니다. 그래서 그만할래요.”더하고 싶어요.” 버튼을 만들어서 줬습니다. 그랬더니 아이가 더하고 싶어요.”를 누르는 거예요. 울면서 말이에요. 도대체 얘가 왜 이러나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곤 곧 알게 되었죠. 아이는 제가 준 학습지에 정답을 쓰고 싶었던 거였습니다.


중증의 자폐아이들도 잘하고 싶어 합니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잘하지 못하니 공부하기를 싫어한다는 생각은, 정말 아이를 이해하지 못한 어른들의 변명일 뿐이었어요. “답을 보여주세요.”그만할래요.” 버튼을 만드니, 그제야 울음을 그치고 답 보여주세요.”를 눌렀어요. 형광펜을 꺼내 정답을 써주고 나니 아이가 따라 썼어요.


비장애 아이들보다 더 많은 시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아이의 수준에 맞는 활동지를 제공해 주지 못했으면서, 아이가 공부하기를 싫어한다고 오해하고 화를 냈던 것들이 너무 미안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이 아이처럼 교실에서 수준에 맞지 않는 활동지를 받으며 할 수 없는 과제 앞에 울고 싶을지, 혹은 발달장애가 있으니 공부하는 것을 싫어할 거라는 오명을 쓰고 살아가고 있을지, 이 생각으로 꿈고래놀이연구소의 한 부분이 시작한 듯합니다.

 

 

Q. 귀 사의 주요 서비스(프로그램) 분야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저희 꿈고래놀이연구소는 학습지 프린트 회사입니다.

시중에 많은 학습지 프린트 회사가 있습니다. ‘꿈고래놀이연구소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장애통합어린이집 운영 15년의 경력과 경험이 담긴 컨텐츠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 대표적인 특징입니다. 그 외 앞서 말씀드렸던 발달장애(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 아이들이 일반학교 일반학급에 배치되었을 때, 그 어려운 교과서에 절망하지 않도록, 아이의 수준에 맞는 학습 자료의 개발로 교실 안에서 온전히 같은 내용의 교과를 공부하면서 일상을 보낼 수 있게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장애 인식개선을 위한 컨텐츠 등을 제작해 무료로 퍼갈 수 있게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집이 문을 닫고 새로 시작한 사업이라 사실 수익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보다 앞서 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어차피 이걸 만들어 팔아도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무료제공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캠페인이라고 하는 게 널리 널리 퍼져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니까요.

 

 

Q. 귀 사만의 특징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교육을 할 때, 당장 1년만 보고 교육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입학하게 될 초등학교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또 아이가 세상에 나왔을 때 어떻게 해야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될지 고민을 했습니다. 그 고민들이 응축된 것이 꿈고래놀이연구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컨텐츠들이 다른 프린트 학습지 회사들과 다르게 연계성이 있습니다.

 

식습관 교육 같은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면,

0세용 프로그램은 냠냠잼잼잼이라고 해서, 영아들이 다양한 음식 재료를 이용해 촉감 놀이를 하되, 그 촉감 놀이에 어울리는 동시나 챈트 등 언어발달에 도움이 되는 의성어, 의태어를 함께 제시하여 교사의 수준과 상관없이 일정한 비율로 언어발달을 지원합니다. 영아들의 경우, 언어표현이 많은 교사일수록 아이들이 언어 자극을 많이 받게 되는데, 교사의 표현이 천차만별이라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1세 반의 경우에는 냠냠콩다콩으로 이름 붙여서, 다양한 식재료로 오감놀이를 진행할 수 있게 계획했습니다. 단지 놀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식재료의 변화에 대해서도 관찰할 수 있게 만들고, 이를 활용한 소근육 활동을 주요한 활동으로 넣는 거죠.


2세 아이들을 위해서는 냠냠꼭꼭꼭이라고 된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어금니가 나기 시작하는 이 시기에 잘 씹어 보는 활동은 아이의 언어발달과 인지 발달 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이 많이 씹을 수 있는 것보다는, 햄이나 소시지 같은 무른 식재료를 많이 선호하잖아요. 그래서 아침마다 모여서 견과류를 씹어 보는 활동을 활동지로 만들었어요. 이 시기에 발달하는 인지영역과 소근육의 발달 수준에 맞게 수 세기나 크기 비교, 종이 찢어 붙이기 같은 컨텐츠들을 포함시키는 거죠.

1인 학습지 제작자로서 가장 큰 장점은, 혼자 기획하고 혼자 제작하여 기획 의도에 맞게 잘 제작될 수 있다는 점과 요구하는 속도에 맞게 빠른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다만,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다양한 수준의 아이들을 위한 컨텐츠 제작은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요. 혼자 하다 보면 개인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 점 역시 이후에는 협업 등을 통한 개선책을 늘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 ‘꿈고래놀이연구소’ 홈페이지 화면    

 

 

Q. 향후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발달장애 아동들에게 인기가 많은 캐릭터들이 있습니다. 얼마 전, 저작권 사용 문의를 했다가 학습지에는 저작권 판매 계획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학습지로만 제공된 수업에 질려서 학습동기가 결여되거나 흥미를 보이지 않는 아이들도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으면 반짝인답니다. 그 반짝이는 순간들이 프린트물에서는 좋아하는 캐릭터일 때가 많아요. 그래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꼭 사용하고 싶습니다.

학습물 제작은 현재 초등학생만 대상으로 하는 중인데, 매주 만나는 연구소 아동이 1학년과 6학년 밖에 없어서 그 외 학년은 교육과정 관련 학습물 제작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대상 아동을 확장해 양질의 컨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과 더 다양한 수준의 아이들을 교육과정 내로 삽입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후 특수교육과가 있는 대학과 연계해, 젊은 예비 선생님들의 아이디어도 포함시키거나 혹은 교사들의 자조 모임 등을 지원해 함께 컨텐츠를 만들어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향후의 목표는 사실 별거 없습니다. ‘꿈고래라는 이름에 맞게 저는 계속 아이들에 대한 꿈,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꿈을 꿀 테고, 느리지만 꿈꾸는 대로 세상이 변해주길 바라는 것이겠지요. 더 많은 아이들이 교실에서 공부를 하지 않으려 한다.’, ‘잘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라는 오명을 쓰지 않고, 교실에서 자해나 공격 행동, 또는 욕설 같은 행동을 보이지 않고 오롯이 한 구성원으로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차근차근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서 어엿한 직장인으로, 건강한 이웃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Q. 독자들에게 전할 말

 

A. 느린 학습자, 발달장애인들은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외관상 특별히 드러나지 않는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행동을 하거나 말을 하게 되면 알게 되지요. 유아들은 같은 외모에 다른 행동을 하는 이를 잘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다양한 특성을 가진 친구 중 한 명인 그냥 친구로 알아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어른들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나와 다른 행동을 하는 저 아이, 혹은 성인에 대해 막연한 불안과 거부가 있은 것 같아요. 아니면 받고 싶어 하지 않는 배려들로 불편하게 만들어 가는 경우도 많이 있고요.

 

먼저 말 걸어주고 물어봐 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이 아이가 지금 왜 그러는지, 그렇다면 이 아이에게는 뭐가 필요한지, 어떻게 하면 이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을지, 많이 살진 않았지만 제 평생의 고민이었습니다. 미리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마음도 없을 거라고 선을 긋지 말아 주세요. 같은 참여의 기회를 주고 함께 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해주세요. 그리고 배려와 양보 말고, 어떻게 하면 함께 하는 즐거움을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같이 알아 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