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문화 중 하나인 도장은 단순한 인장을 넘어, 예술과 역사가 깃든 소중한 유산이다. 도장은 고유의 문양과 글씨체로 제작되어, 개인의 신분과 정체성을 상징하며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어 왔다. 이러한 도장을 직접 만들고 체험할 수 있는 전각 공방이 있다. ‘캘리세상 미담인’이 바로 그곳이다.
이곳은 전통 예술을 현대에 접목시켜 새로운 문화 체험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전통적인 기법과 도구를 사용하여 각자의 개성을 담은 도장을 만들 수 있다. 이 과정은 단순한 공예 활동을 넘어, 깊은 집중력과 섬세한 손길이 필요하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도움의 손길이 항시 대기 중이다. 공방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도장을 만들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문양과 글씨를 새기며,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와 애정도 깊이 느낄 수 있다. 이 공방은 다양한 연령대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뿐더러, 예술적 감각을 발휘할 수 있는 창의적인 활동으로 색다른 재미와 만족감을 선사받을 수 있다. 이 공방에서는 전통적인 도장 제작뿐만 아니라 자체 개발한 도장 제작 키트로 공방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도장 제작 경험을 누릴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경기 파주시 ‘캘리세상 미담인’ 박재미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Q. 귀 사의 설립(혹은 창업)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창업 10여 년 전부터 글씨를 쓰고 가르치는 일을 했습니다. 글씨를 쓰다 보니 그림도 그리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작품에 찍는 낙관 도장을 직접 새기게 되었습니다. 그 시기 박물관 학예사로 근무하던 남편(신경식 전각가)은 학교 단체 교육 체험을 진행하며 쌓은 많은 노하우가 있었으며, 취미였던 목도장 제작에 열심이었죠. 저와 남편의 재능을 살려 함께 헤이리 예술마을에 터를 잡고 도장 만들기 체험 공방 창업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창업 수개월 전부터 학생단체를 대상으로 교육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자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규장각이나 관련 박물관 등을 찾아다니며 지식을 쌓고 교육용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안전하고 쉽게 체험 진행이 가능하도록 도장의 재료(인재)도 직접 만들었죠.
당시에는 작품 활동을 하거나 전각이나 수제 도장 제작 판매점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옻칠을 해서 도장을 직접 만들며, 우리 전통 전각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오랜 기간 공부하고 시연하며 준비했습니다. 도장 만들기 교육 체험을 진행하는 곳은 없었기에, 조언을 구하거나 벤치마킹을 할 수도 없어서 처음에는 고생도 많이 했죠.
하나부터 열까지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와 연구를 통해 쌓아 만든 성과가 결실을 맺듯이 학생단체는 물론 기업체 임직원, 외국인 문화체험을 진행하며 급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전국의 초·중·고교 및 대학교, 도서관, 공무원 연수기관, 외교부, 재외 동포재단(지금은 재외 동포청), 시·군·구 신임 공무원 연수 행사 등에 출강하며 전각 관련 인문학 강의를 접목해 1만여 회의 도장 만들기 교육 체험 및 특강을 진행해 왔습니다.
Q. 귀 사의 주요 서비스(프로그램) 분야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창업 당시에는 돌 도장은 주문 제작 위주로, 나무 도장은 주로 체험 프로그램으로 진행했습니다. 20여 명에서 많게는 60여 명 학생 단체 현장체험학습을 수년간 진행하며 교육 체험 노하우도 쌓이고, 자료와 논문 등을 참고 및 연구하여 교육용 ppt 자료도 계속 수정 보완했습니다. 계속해서 교육 자료에 더욱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의 제목도 행사나 대상에 따라 ‘이름값의 의미를 새기는 나만의 장서인 만들기’나 ‘신입사원의 마음가짐을 새기는 전각 체험’, ‘외국인을 위한 한국 문화체험-한글 도장 만들기’ 등으로 프로그램 제목을 달리 정하고, 내용과 진행 방식도 차별화했습니다. 이런 점이 ⌜캘리세상미담인(이하 미담인)⌟이 학생 단체는 물론, 공무원 연수기관, 기업체, 대학교, 공공도서관 등의 전각, 장서인 특강을 많이 진행한 하나의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도장이 있습니다. 수제 도장 업계에서도 독보적인 ⌜미담인⌟만의 자연 나무 도장입니다. 나무 도장 재료를 얻기 위해, 겨울이면 필요한 나무를 직접 채취하여 2~3년 정도 사람 사는 공간에서 말려서 도장 나무를 준비합니다. 이 나무를 기계가 아닌 톱을 이용해 적당한 길이로 잘라 도장의 재료를 만들어요. 이 과정에서, 몇 년 정성을 들인 나무 중에서 도장으로 쓸 수 있는 나무는 절반 정도입니다. 주로 아기 도장을 많이 만들어드렸습니다. 내 아이 도장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이름을 새기고, 도장 측면에 부모의 바람이나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문구 등을 새기면 정말 세상에 하나뿐인 도장이 완성됩니다.
캘리그래피를 가르치면서 간간이 기업의 CI, BI 작업도 했습니다. 꾸준히 관련 기관의 출강 요청으로 공무원 힐링 연수, 세계한인 동포 대회 동포 및 가족,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감성을 담은 캘리그래피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죠. 올해는 본격적으로 학생단체와 가족, 커플을 위한 다양한 캘리그래피 체험상품을 개발해서 그 재미와 감동을 나누려고 하고 있습니다.
Q. 귀 사만의 특징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학생단체 체험과 출강이 주수입이었던 ⌜미담인⌟도 메르스, 사스, 세월호 등 국가적 어려움 앞에 힘들고 어려움을 겪었지만 잘 극복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는 정말 버티기 힘들었습니다. 어떻게든 이 위기를 극복하고자 남편과 저는 숱한 날 밤을 새우며 연구하고 노력한 끝에, 도장 만들기 비대면 체험키트를 최초로 개발하여 명실공히 비대면(온택트) 체험과 강의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미루고 미뤘던 공무원 연수, 학교 체험활동, 외국인 문화체험, 복지관 다양한 프로그램 등 강의 요청이 많아지자, 별도의 공간에 온라인 스튜디오를 마련하기도 했어요.
⌜미담인⌟의 전각&수제 도장 만들기 체험키트는 부피와 무게를 줄이면서도 누구나 쉽고 안전하게 도장을 새길 수 있도록 도장 고정대와 조각도를 자체 개발하여 특허청 디자인 등록을 완료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는 제품이기에 손으로 만지는 주요 도구들은 국내 제작하여 판매하고 있습니다. ⌜미담인⌟ 도장 체험키트를 이용해 현장에서 강의와 체험 진행을 하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도장 체험키트는 ⌜미담인⌟만의 특화 상품 중에 하나에요.
Q. 귀 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 대표자(최종 관리자)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A. 여러 순간이 떠오르는데요, 어린이집 다니던 여섯 살 딸아이가 전각도를 가지고 거침없이 돌을 새기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여느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혼자 있는 날이 많아서 안쓰러운 마음에, 밤에 공방에 데리고 나왔다가 우연히 도장을 새기는 모습을 처음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너무 잘하는 거예요. 저희 부부가 교육 체험을 진행하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고 계시던 동화 작가가 계셨습니다. 때마침 딸의 도장 새기는 영상까지 보시고는 찾아오셔서 동화의 소재로 쓰고 싶다고 하셨어요. 동화책을 1백여 권 출간하신 홍종의 동화 작가님이셨죠. 이렇게 탄생한 <도장 파는 아이>(2020. 국민서관) 동화책을 받아 본 순간입니다. 남편과 저를 따라 전각을 접한 저희 딸이 바로 동화 속 주인공이랍니다.
춘천에서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할머니에게 자기가 직접 만든 도장을 선물로 드리겠다고 ⌜미담인⌟을 찾아왔어요. 할머니가 키워주셨다고 하던데, 그 고마운 마음을 도장에 새기는 아이의 해맑은 웃음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오직 ⌜미담인⌟에서 도장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며, 여름휴가지 첫 코스를 저희 공방으로 정하고 오신 가족을 만났던 순간도 기억에 남습니다.
Q. 향후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편리성을 내세워 신분 증명의 의미로 중요하게 생각하던 도장 찍는 문화가 서명으로 대체되면서, 다소 관심이 적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우리 오랜 역사의 도장 문화의 멋이 계속 이어지도록 바른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며 많은 사람들과 도장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저희가 개발한 ‘전각&수제 도장 만들기 체험키트’를 계기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계신 분들과 비대면 체험으로 만날 수 있었는데요, 앞으로 세계 더 많은 나라에 우리 전통 도장 문화를 알리고자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창업 후 2014년부터 경제적 어려움으로 도움이 필요한 국내외 아동, 청소년을 돕고 있습니다. 더 열심히 일해 조금 더 도울 수 있는 여력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Q. 독자들에게 전할 말
A. ‘미담인’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은 도장’의 뜻입니다. 사업을 시작하며, 돈도 중요하지만 도장이라는 매개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며 아름다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예술마을 헤이리 ⌜미담인⌟에 방문하셔서 직접 도장을 만들어 선물해 보시면 어떨까요? ‘똥 손’이어도 걱정 마세요. ⌜미담인⌟ 전각가가 성심성의껏 도와드립니다.
동화 <도장 파는 아이>의 주인공이 이런 말을 해요. “도장은 글자를 새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새기는 거야.”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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