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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제23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전,‘윤석남’ 연계 청년특별전‘이성경: 짐작하는 경계’

송재구 | 기사입력 2023/09/25 [14:16]

[대구시] 제23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전,‘윤석남’ 연계 청년특별전‘이성경: 짐작하는 경계’

송재구 | 입력 : 2023/09/25 [14:16]

 

 

대구미술관은 지난해 제23회 ‘이인성미술상’을 수상한 윤석남 작가의 개인전 ‘윤석남’을 9월 26일부터 12월 31일까지 대구미술관 2, 3전시실과 선큰가든에서 개최한다. 더불어 이성경 작가의 개인전 “짐작하는 경계”를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전 연계 청년특별전으로 올해 첫 선을 보이며, 같은 기간 2전시실에서 진행한다.

 

※ 이인성미술상 시상식 및 개막식: 11월 2일(목), 오후 5시, 대구미술관 2층 로비

 

‘이인성미술상’은 서양화가 이인성 화백의 작품세계를 기리고 한국 미술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대구시가 1999년 제정한 상으로 2014년부터 대구미술관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제23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전: 윤석남]

 

제23회 수상자 윤석남 작가는 여성, 생태, 역사 등의 주제를 통해 국내 문화예술의 유산을 현대미술 매체와 결합하는 유연성과 독창성을 높이 인정받았다. 특히 심사위원회는 작가가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영역을 개척했으며, 회화와 설치,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이뤄가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윤석남(1939~, 만주)은 한국의 여성주의 미술을 개척하고 발전시킨 대표적인 작가다. 그는 ‘여성’이라는 주제에 전념하며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삶과 현실, 경험을 담은 작품을 통해 여성의 주체성을 부각하고 여성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데 기여해 왔다. 특히 그는 어머니와 모성에 관한 자전적 이야기를 예술의 뿌리로 삼고 이후 정체성, 생명과 돌봄, 여성사로 주제를 확장하여 최근 역사 속 여성을 재해석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마흔에 독학으로 그림을 시작한 윤석남은 1982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난 40여 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1985년 김인순, 김진숙과 ‘시월모임’을 결성하여 한국 여성미술에 주요 기점이 되는 전시를 주도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펼쳤다. 우리나라의 여성문화 운동을 주도해 온 장본인이기도 한 윤석남은 90년대 페미니스트 잡지 ‘이프(if)’를 발행하는 등 여성문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80년대부터 시작된 여성 문인들과의 지속적인 교류와 여성문화운동은 윤석남이 여성주의에 대한 시각을 넓히고 작업 세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자극과 원천이 되었다.

 

이번 전시는 여성이라는 큰 주제 아래 투쟁과 헌신의 여성사, 정체성, 생명과 돌봄의 가치 등을 다양한 매체로 조명한다. 특히 작가는 한국 여성 독립운동가를 다룬 채색 초상화 20점을 신작으로 선보인다. 그는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역사 속에 사라진 존재가 아니라 빛을 발하는 인물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더 많은 초상화를 그리는 것이 자신의 목표이자 과업이라 전했다.

 

‘1,025: 사람과 사람 없이’는 1,025마리의 유기견과 그들을 보살피는 이애신 할머니에게 바치는 헌사다. 작가는 인간에게 버림받고 무력한 처지에 놓인 1,025마리의 유기견을 위로하고 할머니의 헌신을 기억하기 위해 1,025개의 조각을 만드는 작업에 5년간 몰두했다. 작품의 방대한 규모로 인해 접할 기회가 드물었기에, 이번 전시는 그 자체로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핑크룸VI’은 윤석남의 ‘룸’ 연작 중 하나로, 90년대 중반부터 다양한 색상과 오브제를 통해 소개되었다. 2전시실과 3전시실 사이에 위치한 선큰 가든에서 새롭게 탄생한 ‘핑크룸VI’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작가의 내면을 형광 핑크로 둘러싸인 방, 앉을 수 없는 소파, 유리구슬, 거울 등을 통해 형상화했다.

 

윤석남은 2001년에서 2003년 사이에 일기를 쓰듯 수많은 드로잉을 남겼다. 당시 작가가 느낀 감정과 생각, 관찰, 일상 경험을 담아낸 드로잉 연작에는 작가 내면과 여성의 삶에 대한 소회가 은유적으로 담겨 있다. 백여 점의 드로잉과 함께 작가의 자화상도 함께 선보인다.

 

전시를 기획한 이정민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윤석남의 시선을 따라가며 용기 있는 삶의 이야기를 마주하는 여정이다. 소외되고 지워진 존재들에 의미와 주체성을 불어넣는 작품을 통해 여성의 삶과 투쟁이라는 페미니즘을 넘어, 휴머니즘의 실천으로 확장된 차원에서 윤석남의 예술세계를 만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전시와 더불어 전시기획의도와 작업세계를 소개하는 윤석남 작가와 큐레이터와의 대화는 11월 2일(목) 오후 2시 개최한다.

 

[연계 청년특별전 ‘이성경: 짐작하는 경계’]

 

올해 대구미술관이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전과 함께 소개하는 청년특별전은 대구미술관이 청년 작가를 지원하고 지역 미술을 활성화고자 신설한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전 연계 전시다. 올해 선정된 이성경 작가는 일상 속 풍경을 작업의 모티프로 삼아 회화의 다양한 표현 가능성을 탐구한다.

 

이성경(1982~, 대구)은 영남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그는 한지와 먹, 목탄, 안료 등의 전통적인 매체를 사용하여 이를 현대의 풍경이라는 문맥 안에서 새롭게 해석하여 전통과 동시대적 감성을 연결한다.

 

한지와 목탄을 십여 년 이상 사용해 오고 있는 이성경은 재료가 가진 고유의 물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작가다. 한지와 목탄, 그가 즐겨 그리는 풍경에는 모두 ‘나무’라는 공통점이 발견되는데, 이는 촉각적인 표현을 탐구하는 재료이자 예술적 심미성과 메시지를 담아내는 중요한 상징적 요소이다.

 

작가의 초기 작업에서 목탄을 주로 사용한 드로잉적인 표현이 돋보였다면, 최근 작품에서는 기법과 내용 면에서 한층 실험성 강한 회화적 시도가 드러난다. 장지에 채색을 올리고 목탄으로 그리고 지우기를 무한히 반복한 화면은 그 속에 남은 흔적들까지 풍경의 잔상으로 끌어안는다.

 

이성경의 작품은 주로 일상 속의 풍경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림자, 그림자가 된, 또는 그림자가 드리워진 풍경을 모티프로 삼는 작가는 일상 속에서 다양한 인식의 변화를 표현하고자 한다. 그림자가 지닌 의미에 대해 작가는 “공간과 사건 안에서 타자가 되는 경험”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동시에 그에게 그림자는 어둠의 차원을 넘어 많은 것을 포용하면서도 사물을 평등하게 하는 모종의 장치이다.

 

그림자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최근 반영상(反影像)으로 이어진다. 주목할 점은 유리 빌딩이나 창문과 같은 이중 프레임을 활용한 표현 방식이다. 작가는 창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과 내부 공간을 하나의 화면에 결합하여 공간적 구조를 확장한다. 이러한 접근은 현실 공간과 화면 공간이 중첩되는 시각적 효과를 드러내, 보는 이에게 상상의 여지를 제공한다. 작가는 이중 프레임을 통해 반사되는 효과나 유리에 반영되는 이미지를 활용해 작품의 소재를 풍경에서 풍경을 관찰하는 시선으로 확장해갔다. 그의 작품에서 인물은 완전히 배제되지만, 풍경이나 특정 장소를 응시하는 혹은 스치듯 지나치는 누군가의 시선을 통해 사건-기억-잔상 등의 다양한 이야기 구도를 상상케 한다.

 

이번 전시의 제목 ‘짐작하는 경계’는 작가가 직접 지은 것으로, 그가 몰두해 온 경계에 대한 시선을 함축하는 표현이다. 전시는 인공 연못을 담은 ‘땅의 창’, 도로 위 흐릿한 대상을 포착한 ‘바람 그림자’, 그리고 유리 빌딩에 반영된 이미지를 그린 ‘또 다른 그림자’로 구성된다.

 

전시를 기획한 이정민 학예연구사는 “이성경 작가는 현실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예술적 언어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회화 기법을 모색한다. 자연과 인공, 현실과 환상, 물리적 경계와 인식적 경계에 대한 탐구가 녹아있는 이번 전시는 이성경의 작품 세계를 보다 깊이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