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분리수거는 이제 일상적인 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우리가 자주 접하는 종이 포장지 중 상당수가 실제로는 ‘종이’로 분리되지 않고, 소각용 일반 쓰레기로 분류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분리수거 표시를 세심하게 확인하지 않는다면 알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포장지는 주로 쌀, 곡물, 밀가루, 설탕 등 식료품의 포장에 많이 사용된다. 또한, 반려동물 사료나 건축용 섬유, 절연재의 포장에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들 포장지는 종이와 비닐을 결합하여 만들어지며, 이로 인해 각각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 비닐과 종이의 결합은 포장재의 내구성과 방수성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생산성과 비용 효율성을 높여준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종이와 비닐의 결합 방식은 환경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비닐과 종이가 합쳐진 포장지는 일반적으로 분리배출이 어려워, 소각 시 유해 물질을 방출할 수 있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포장 솔루션을 찾는 것이 환경 보호를 위한 중요한 첫걸음일 수 있으며,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더 많은 친환경 포장재가 시장에 도입되기를 기대한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 금천구 가산동 [오알엔] 명현호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Q. 귀 사의 설립(혹은 창업)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현재까지도 사업을 영위하고 계신 부친의 영향을 받아, 어릴 적부터 ‘나만의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품었습니다. 성인이 된 후, 요식업에 대한 열망이 커졌고, 중학생 시절부터 모은 자금으로 군 제대 후 소규모 요식업 창업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임대차 계약에서 문제가 발생해 개업조차 하지 못한 채, 큰 빚을 지게 되었습니다. 이 빚을 갚기 위해 학교 생활과 병행하며 막노동과 일당이 높은 일용직을 하였고, 1년이 안 되는 시간 안에 스스로 모든 빚을 갚을 수 있었습니다.
이 값진 경험을 통해 사업에 대한 책임감을 깊게 이해한 저는 다음 도전으로 ‘국내 무인도 체험 여행’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학교 창업 동아리에서 인연이 된 선배님의 아이디어에 창업 멤버로 참여하여 3년간 기획, 운영, 현장 안전 관리 등을 맡았습니다. 매력적인 사업 아이템이었으나, 수익구조와 단발성 문제로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혀 사업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깨달은 점은 모든 사업에 있어 디자인의 중요성입니다. 자영업, 건설업, 여행업 등 어느 분야에서든 디자인은 필수적이며, 때로는 디자인 하나로 사업의 일정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디자인 관련 회사나 프리랜서가 많아, 단순한 디자인만으로는 차별화되기 어렵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특히,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에서 쌀 패키지 문화는 독특하고 화려합니다.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품종의 쌀이 생산되면서도, 업계 종사자들의 연령대가 높아 패키지가 오래 사용되거나 다소 투박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점을 해결하고자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쌀 패키지 디자인 제작’을 주력 사업으로 삼게 되었고, 이를 통해 ORN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ORN은 농협, 신세계, 롯데 등 약 150개 이상의 클라이언트의 패키지 디자인을 맡고 있으며, 로고 제작, 상세 페이지 제작, 상품 기획, 패키지 OEMⁱ⁾ 등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체 상품 기획, 오프라인 매장 운영, 요식업, 콘텐츠 기획 등 다양한 분야의 신사업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ⁱ⁾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주문자 위탁 생산 또는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두 회사가 계약을 맺고 A사가 B사에 자사 상품 제조를 위탁하여, 주문자가 요구하는 제품과 상표명으로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
Q. 귀 사의 주요 서비스(프로그램) 분야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오알엔은 이름처럼 ‘옳은(ORN) 길’을 추구하는 패키지 디자인 및 제작 업체입니다. 현재 저희의 주요 업무는 쌀 패키지 제작입니다. 저희 클라이언트는 전국 각지에 위치한 지역농협, 미곡처리장, 정미소 등 다양한 업체들입니다. 그중에는 직접 농사를 짓거나 도정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며, 이들 대부분은 패키지 제작에 많은 신경을 쓰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저희는 이러한 부분을 해소하여 ‘알아서 잘 만들어 드리는 것’이 패키지 업체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알엔은 '옳은 길'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ESGⁱ⁾ 경영을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많은 포대형 쌀 패키지는 비닐 소재와 종이를 합지한 [pe(pet)+paper laminate] 형태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이 형태의 제품은 깔끔한 인쇄와 내구성 덕분에 선호되지만, 분리 배출이 불가능하며, 소각 시 유해 성분이 대기를 오염시키는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비닐 인쇄에 사용되는 유성 잉크는 식품과 접촉 시 오염 우려가 있습니다.
저희 오알엔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이 인쇄 패키지를 주력으로 제조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다양한 그램수의 종이의 내구성을 확인하고, 규격에 맞는 우수한 품질의 종이를 직접 수입하여 사용합니다. 또한, 무해한 수성 잉크를 사용하여 식품의 안정성을 높이며, 접착제 또한 식품용 옥수수 전분을 사용하여 점도를 맞추며 제작합니다.
뿐만 아니라, 제품 수익의 일부를 활용하여 저희가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 종이 포대 패키지로 쌀 나눔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 또한 저희의 큰 보람입니다. ⁱ⁾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투명 경영을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철학을 담고 있음.
Q. 귀 사만의 특징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오알엔은 전문 기술이나 딥테크, 혁신적인 아이템으로 승부를 보지 않습니다. 현재는 많은 디자인 및 제조 기업 중 하나일 뿐입니다. 혁신만을 추구하다 보면 기업의 방향성을 잃기 쉽습니다. 이미 존재한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게 아닙니다. 익숙하고 당연한 영역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도전을 시도하며 평범함 속에서도 혁신을 담아내는 것이 오알엔의 핵심입니다.
현재 오알엔의 큰 강점은 쌀 패키지 분야에서 가장 젊고 신선한 기업이라는 점입니다. 이 젊음과 신선함은 주력 제품에서 두드러진 성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쌀은 각 지역의 특성과 브랜드를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클라이언트의 니즈에 맞춰 지역적 이해와 조사를 바탕으로 특별하고 매력적인 디자인을 제작합니다. 또한, 트렌드에 맞춘 개성 있는 디자인을 위해, 오알엔의 디자인 팀은 꾸준히 인쇄 및 디자인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습니다. 매달 컨셉별 디자인 레퍼런스집을 발간하고, 분기별로 디자인에 활용될 수 있는 드론 촬영, 제품 사진 촬영 등을 직접 진행하여 클라이언트의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알엔의 진정한 강점은 바로 "근본 없는 회사"라는 점입니다. 제가 벤치마킹하고 있는 기업 중 “야마하”라는 일본 기업이 있습니다. 야마하는 수입 피아노 수리점으로 시작하여, 피아노 구조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악기 제작, 오디오 기기 생산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이러한 초문어발식 확장이 결국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배경이 되었습니다.
오알엔 역시 비슷한 원칙을 따릅니다. 현재 주력 사업인 패키지 디자인과 제작 외에도 농식품 유통업, 외식업, 교육업, 여행업, 자체 PB상품 등 다양한 신사업을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는 모두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도전이 있는 회사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재미있고 도전적인 스토리로 엮여있는 새로운 사업을 탐색하며 성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Q. 귀 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 대표자(최종 관리자)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A. 최근 오알엔에서 신사업으로 영상 분야를 준비하며, 영상 촬영 컨셉과 구도를 논의하기 위해 강원도로 워크샵을 다녀왔습니다. 이때, 전체 회의에서 “같이 따라오실 분 환영합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전 직원 모두가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예상치 못한 지출이 있었지만, 새벽까지 모두가 웃고 떠들며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저는 회사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결국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알엔이 저의 리더십이나 능력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항상 감사한 팀원분들과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짧은 기간조차 사업체를 유지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항상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회사에서 함께하는 시간만큼은 모두가 즐겁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를 희망합니다. 내부의 결속은 업무 능률 향상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사례를 통해 팀원분들이 회사에 대한 불편함이 없고, 대화하는 자리를 즐기셨다고 느껴서 정말 큰 보람과 감사한 순간이었습니다.
또한, 사랑의 쌀 나눔을 진행했던 순간도 기억에 남습니다. 비록 큰 양은 아니었지만, 서울시 강북구청에 취약계층을 위한 쌀 3,000kg, 강북구 장애인협회에 500kg, 강북구 소상공인협회에 500kg 총 4,000kg을 기탁했습니다. 사업 특성상 양곡 인프라가 있어, 직접 도정업체를 컨택하여 저희가 기획하고 디자인한 “복세편쌀(복잡한 세상 편하게 쌀이나 먹자!)” 패키지를 제작하여 나눔을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이 더욱 기억에 남는 이유는, 직접 기획과 디자인을 통해 진행한 나눔이었기 때문입니다.
Q. 향후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계속해서 팀원 모두와 함께 성장하고, 재미있는 오알엔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현재 오알엔은 주력 사업의 다양화와 확장에 힘쓰고 있습니다. 디자인과 제조를 넘어, 자체 상품을 제작하여 소비자에게 직접 소개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도 준비 중입니다. 더 나아가 요식업 진출과 이색적인 콘텐츠 기획에도 착수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매년 진행해왔던 “국내 무인도 여행”이라는 아이템을 통해 관광벤처지원사업에 선정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저의 사업 이념은 “스토리텔링이 되는 도전”을 기반으로 한 회사입니다. 패키지 디자인이 시각 디자인으로, 디자인이 제품 제작으로, 제품 제작이 친환경 제작으로 이어지는 방식으로, 무인도 정화 사업과 자체 상품 개발로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그려가며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저희의 방향이자 목표입니다. 현재는 다양한 도전을 통해 넓은 뿌리를 뻗을 수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하며, 언제든 피벗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성장하고 단단해진 후의 최종 목표는 “구성원들의 행복을 지지하고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기업”이 되는 것입니다. 좋은 회사란,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게 이루어지는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일하면 적절한 보상을 받고, 부당한 일에는 잘못을 지적하며, 직무에 맞는 적절한 업무를 수행하고, 정해진 업무 시간 내에서만 업무가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알엔은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도덕성과 감정적 가치를 함께 담는 회사가 되겠습니다. 항상 외부의 가치만큼 내부의 가치도 소중히 여기며, 구성원 모두가 행복하고 안전한 근무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독자들에게 전할 말
A.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10kg 및 20kg 쌀 포장지의 70% 이상은 종이와 비닐을 합지한 형태로 제작됩니다. 이러한 포장지는 분리 배출이 불가능한 소각용 쓰레기로 분류됩니다. 비닐 인쇄에는 휘발성 성분이 강한 유성 잉크가 사용되며, 인쇄를 위해 동판을 알루미늄 원기둥에서 조각하여 만드는 과정에서 상당량의 오염수가 발생합니다. 종이 제품으로 보이는 포장지지만, 내구성과 인쇄력 때문에 실제로는 환경 오염을 유발할 수 있는 비닐 포장지가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저희는 종이 제품을 주로 사용하며, 이 제품에는 대부분 수성 잉크가 사용됩니다. 저희가 사용하는 수성 잉크는 친환경적이며, 동판 대신 수지판을 사용하는 가공 과정에서 오염이 현저히 적습니다.
무광 비닐 제품은 종이와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포장지의 뒷면을 확인해 보시면 숨구멍이 있는지 여부를 체크할 수 있습니다. 쌀은 공기가 통해야 하기 때문에 비닐 포장지에는 숨구멍을 뚫어놓습니다. 반면, 종이는 자체적으로 통풍이 가능하므로 숨구멍이 필요 없습니다.
친환경 제품의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이 친환경적인 선택을 하면 시장에서 건강하고 옳은(O.R.N) 제품들이 더욱 많이 등장할 것입니다. 저희는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가며, 더 건강한 선택을 위한 제품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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