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휴대용 해시계 ‘원구일영’ 복원…“작동 원리도 규명”우리나라 최초 발견 원구형 해시계…지역 무관, 어디서나 시간 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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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원구형 해시계의 외형상 구조는 일영(日影, 재질- 동), 북극고도 조정장치(재질- 황동), 받침기둥(재질- 황동), 받침대(재질- 철, 상감 재질로 구성된다.
일영은 남북의 극축을 중심으로 회전할 수 있는 원구형 해시계로, 지름 9㎝ 크기의 원구는 상단 반구와 하단 반구인 2개의 반구를 조립해 하나의 원구를 구성하고 있다.
원구일영의 표면에는 시각표기와 시간을 측정하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시각표기인 시각선은 상단 반구 둘레에 표기되어 있는데, 12시간의 12지의 명문이 새겨져 있고 매시는 초·정으로 2등분한 뒤 초와 정을 다시 4등분해 모두 8개의 각으로 시를 나타내 하루를 96각법으로 등분하고 있다.
96각은 조선후기에 청나라 시헌력의 도입으로 1654년부터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상단 반구에 음각으로 12지 중 인~술 9개만 표기되고 해·자·축이 표시되지 않았는데, 12지 오정 아래 둥근 시보 창에 표시되는 시패도 인~술 9개만 있는 점도 같은 방식이고, 이러한 해·자·축이 표기되지 않은 점은 앙부일구의 전통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이에 연구팀은 원구일영 작동 원리를 규명하기 위해 제주, 대전, 서울 경복궁 등 세 지역을 차례로 선정해 이 복원 모델로 시간 측정 실험을 수행했다.
또한 유물의 위도조절장치에 표시된 2개의 선을 분석한 결과 당시 가장 많이 사용된 지역은 서울을 기준으로 표시한 것임을 밝혀냈다.
그리고 연구진은 제주별빛누리공원, 한국천문연구원, 경복궁에서 남중시각으로 남북선을 구한 뒤에 복원 모델을 설치해 시간 측정에 활용했다.
관측실험 결과 ±7.5분 이내의 오차의 시간을 측정할 수 있었고, 관측 때 주의할 점으로 영침과 태양을 일치시키는 것은 시각선 눈금보다 긴 직사각형 영역으로 그림자를 집어넣는 방법이 효과적임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원구일영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발견된 원구형 해시계라는 점, 지역에 상관없이 어느 곳에서도 시간 측정이 가능했다는 점, 그리고 시각 표기에서 앙부일구와 혼천시계의 전통을 따랐다는 점에서 독특한 과학문화 유산이며 과학기술사적 가치가 높은 유물이다.
이석래 국립중앙과학관장은 “그동안의 연구 성과인 15세기 장영실 자격루 주전 복원, 장영실 흠경각 옥루 복원, 17세기 송이영 혼천시계 체험전시물 제작, 18세기 홍대용 자명종과 혼천의 복원에 이어 앙부일구와 혼천시계의 전통을 이은 19세기 상직현 제작 원구일영이 복원과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계왕국 조선의 다양한 시계 체험을 통한 자긍심 고취를 위해 내년 6월 개관하는 국립중앙과학관 한국과학기술관 시계특화코너에 전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