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한파로 기온이 뚝 떨어졌던 12월 초. 용인특례시 기흥구 신갈동 행정복지센터로 김 모(64세)씨가 찾아왔다. 머리카락이 심하게 빠질 정도로 야윈 남성은 복지팀 담당자에게 다가와 대뜸 돈 한 푼 없고 집에 먹을 것이 떨어진 지 오래니 뭐든 도와달라고 하소연했다.
신갈동 복지 담당자는 그 길로 김 씨와 함께 집으로 갔다. 집은 바닥에 발을 디딜 수 없을 만큼 냉기가 돌았다. 도시가스와 전기요금, 통신 요금, 건강보험료, 월세 등도 몇 달째 체납된 상태였다. 문 앞에는 단전 예고 통지서를 비롯해 각종 연체 고지서가 가득했다.
일용직으로 일하던 김 씨는 몇 달 전 다리를 다치면서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처음엔 그동안 모은 돈으로 버텼으나 돈이 다 떨어진 후 김 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가족들과도 연이 끊겨 도움을 청할 곳도 없었다. 김 씨는 겨우 용기를 내 신갈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
신갈동 복지팀은 즉시 김 씨의 밀린 가스요금부터 해결했다. 그런 다음 13만원 상당의 식료품과 생필품을 사서 김 씨에게 전달했다. 이 비용은 신갈동이 지난 7월부터 시작한 특화사업 ‘긴급 SOS 지원’을 통해 마련했다.
이렇게 급한 불을 끈 복지팀은 김 씨가 긴급 생계비를 신청하도록 안내하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행정적인 것을 도왔다. 김 씨는 현재 아픈 다리를 치료받으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용인특례시 기흥구 신갈동은 지난 7월 시작한 ‘긴급 SOS 지원’이 어려운 이웃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갑작스럽게 도움이 필요한 위기가구를 돕는 데 쓸 수 있도록 별도의 기금을 따로 마련해 놓은 것이 요긴하게 쓰인다. 이 기금은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신갈동 예치금을 활용한다.
동이 이 사업을 시작한 것은 갑작스럽게 도움을 요청하는 위기가구를 신속하게 지원하기 위해서다.
당장 도움이 필요한 절실한 상황임에도 이전처럼 행정적 절차에 따라 지원하려면 최소 1~2일이 걸려 당일 병원 외래 진료비, 생필품 구입 등과 같은 시급한 지원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초에는 유 모(72세)씨가 ‘긴급 SOS 지원’을 받아 위기를 넘겼다고 했다.
유 씨는 시각장애가 있는 데다 최근 심근경색 수술을 받아 혼자 움직이는 것도 어려웠다. 수술 후 검사와 각종 처치를 받아야 했지만 병원을 갈 수 없었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가족도 없어 유 씨를 병원에 데리고 갈 사람도 없었다.
유 씨는 장기요양등급 등급외 판정을 받았고 노인맞춤돌봄 등의 재가노인서비스는 관외 지역 병원에는 동행 지원이 되지 않아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사정을 알게 된 신갈동 복지팀 담당자와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유 씨를 직접 병원에 데리고 갔다. 유 씨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 타 지역에 있는 병원에서 4시간에 걸쳐 각종 검사와 치료를 무사히 받았다. 외래 진료비와 검사비, 약제비 등은 ‘긴급 SOS 지원’ 으로 해결했다.
신갈동은 올해 ‘긴급 SOS 지원’ 사업비로 200만원을 배정했다. 이를 통해 정부나 지자체가 제공하는 복지서비스 대상에 들지 못했거나 긴급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사업비는 병원비, 각종 공과금, 식료품 구입, 위기 의심 가구 개문 비용 등으로 쓰인다.동은 내년에 사업비를 300만원으로 늘리고 더 많은 위기가구를 발굴해 지원할 방침이다.
동 관계자는 “정부나 지자체의 긴급복지지원 사업이 있지만 최소 1~2일이 걸려 당장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긴급 지원을 할 수 없다는 데 착안해 이 특화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내년에도 어려움에 직면한 이웃들에게 최소한의 보루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류상택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민간위원장은 “신갈동은 다가구주택, 고시원, 매입임대주택 등이 밀집돼 있어 어려운 이웃도 많은데 이들이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다가 발견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며 “내년에도 이런 이웃들이 동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더모스트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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