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이 뛰어나면 다양한 과목에서 학업 성공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읽기와 쓰기를 포함한 능숙한 문해력은 아이들이 정보를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고, 교육의 다양한 영역에서 탁월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 도구 역할을 한다.
이와 관련하여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에 위치한 상상앤이음 언어문해력발달센터의 박지애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상상앤이음 언어문해력발달센터의 설립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문해력이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고민할 수 있는 힘을 키워 주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제게는 여섯 살 아들이 있습니다. 이 친구에게 꼭 학습시켜 주고 싶은 힘은 생각하는 힘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하고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자유로울 수 있는 환경이 선행되어야 했답니다. 그런 측면에서 직접 환경을 조성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문해력은 사실 단순히 글을 읽고 쓰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갈 때 필요한 표현이 가능하게 해주는 힘입니다. 그에 더해 타인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이란 걸 알려 줘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저에게 오는 어린이 친구들이 고민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글로도 표현해 보고 다른 또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겪게 되는 많은 문제들을 풀어 나가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교육 기업을 만들어 보고자 용기를 냈습니다.
Q. 상상앤이음 언어문해력발달센터의 주요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상상앤이음 수업은 유치부의 ‘문해력 중심 수업’과 초등부의 ‘문해력 그룹 수업’으로 나누어 진행됩니다.
유치부에서는 쓰기보다는 ‘말하기’, ‘듣기’를 통해 또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하는 것과 ‘하부르타’를 통해서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습관을 학습화’하는 것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유치부 수업에서는 친구들의 성향과 언어 사용의 강점을 관찰하고 나서 성향별로 그룹을 이루어 수업하고 있습니다.
초등부는 생각을 글로 표현하기 시작하는 단계로 아이들이 고민하고 사유하는 시간을 가지고 ‘독서’, ‘작문’, ‘토론’ 위주의 수업이 진행됩니다. 매달 다른 수업 주제를 통해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해당 수업의 과제를 받기 전까지는 미리 풀어 볼 수도, 생각할 수도 없는 수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 안에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고 토론하면서 문제를 즐겁게 해결해 나가며 자신감을 갖게 되는 수업입니다.
Q. 상상앤이음 언어문해력발달센터만의 특징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상상앤이음의 특징은 크게 2가지인데, 이는 자체 제작 컨텐츠와 피드백 일지입니다.
가장 먼저, 상상앤이음의 모든 교육 컨텐츠는 선생님이 직접 연구하고 만들어 진행합니다. 저는 언어치료사이기도 하기 때문에 언어적 발달 단계에 맞추어 아이들의 과제를 제작합니다. 그리고 매달 주제를 정하고 알맞은 키워드를 통해 수업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직접 책을 통해 연구하고 확인한 주제를 아이들 개개인의 언어적 수준에 맞게 편집해서 진행해 나갑니다. 가르치는 존재에서 같이 뛰어 주는 페이스 메이커의 역할을 선생님이 해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번 달의 주제가 ‘자서전’이라면 친구들과 《안네의 일기》나 《난중일기》를 발췌해서 같이 읽고 ‘일기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개발한 플로우 차트를 활용해서 일기를 쓰고 자신의 글을 수정해 보는 작업을 함께해 봅니다. 이를 4주차 정도 진행하면 아이들은 한 달간 쓴 글을 책으로 완성하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차곡차곡 쌓이는 글에 대한 자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답니다.
두 번째로는 정규 수업마다 피드백 일지를 부모님께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는 모든 부모님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점을 아이들에게 많이 질문하게 되면 아이들이 받는 압박감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부모님들이 궁금해하시는 부분은 선생님이 조금 더 노력해서 풀어드리고 아이들은 정말 자신의 속도대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피드백 일지를 수업이 끝나면 선생님이 한 명씩 따로 작성해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Q. 상상앤이음 언어문해력발달센터를 운영하는 데 있어 대표자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A. 초등학교 1학년 남자 친구가 있는데요. 이 친구는 주변에서 정말 똑똑하다는 말을 많이 들으며 학교에 입학한 친구였어요. 그런데 제 수업에서는 자신의 생각이 중요하지, 답이 중요하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항상 이 친구에게 “생각에는 정답이 없어요”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이 친구가 가장 힘겨워하는 것이 자신의 생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거였어요. 처음에는 잠깐이라도 고민하는 것을 어려워했던 친구가 수업이 거듭되면서 1년여 정도가 지나니까 골똘히 턱을 괴고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그날은 문학 작품의 결론을 자기 생각대로 바꾸는 과제가 있던 날이었지요. 10분 정도 지났을 때쯤 “흥부가 과연 착한 걸까요, 선생님?” 하고 묻더라고요. 이 짧은 질문이 저는 가장 기억에 남아요. 늘 “선생님, 그래서 정답이 뭐예요?”라고 묻던 친구의 입에서 나온 이 철학적인 질문에 4명의 친구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눴던 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또 다른 친구는 6살 유치원생 친구예요. 이 친구는 누군가에게 말을 할 때 긴장을 정말 많이 해서 손바닥에 땀이 나는 친구였거든요. 그래서 같이 수업을 듣는 우리들은 이 친구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시간을 가졌어요. 누구도 “빨리 말해”라고 할 수 없는 규칙을 만들어 두고 말이죠. 3명의 친구들은 돌아가면서 “○○야, 정말 잘 들었어. 네 생각은 멋져”라는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아요. 전래 동화나 이솝 우화를 보고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때 유치원생들은 정말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창의적인 이야기를 한답니다. 이 친구는 그룹 친구들의 믿음으로 8개월째 정말 많이 성장했어요. 이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목소리도 커졌지요. 나이가 어릴수록 환경에서 받는 영향은 정말 크구나를 실감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Q. 향후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유대인들의 시끄러운 도서관 풍경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우리나라에도 상상앤이음이라는 이름으로 어린이들이 옆구리에 책 한 권을 낀 채 자유롭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시끄러운 도서관을 만들고 싶습니다. 마치 이야기 안전지대처럼 나의 생각이 존중받는 곳이지요. 이와 같은 교육 안전지대라고 부를 수 있는 울타리 하나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어린 친구들이 자유롭게 책을 보고 이야기하고 자신들의 꿈을 이야기하고 호기심을 나눌 수 있는 곳이 도서관이면 좋겠습니다. 더 이상 도서관에서 “쉿! 조용히 해”가 아니라 “넌 어떻게 생각했어?”라고 물어볼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는 도서관 말입니다. 이외에도 제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연구를 하고 함께 뛰어 줄 수 있는 선생님으로 저 또한 성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Q. 독자들에게 전할 말 A. 앞으로는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갈 시대라고 합니다. 어떻게 질문하고 어떻게 사유하는지가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예상할 수 없는 시대에 오롯이 자신의 생각과 호기심을 펼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일 겁니다. 아이들에게 고민하고 생각할 시간을 꼭 주셨으면 합니다. 아이들이 조금 더 자유롭게 조금 더 깊이 그리고 나와 다른 생각을 존중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함께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자 ⓒ 더모스트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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