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일리

은평구 갈현동 ‘옷을,담다’공방 허선영 대표 "지속 가능한 제품, 성취감, 그리고 환경"

송재구 | 기사입력 2024/05/09 [10:34]

은평구 갈현동 ‘옷을,담다’공방 허선영 대표 "지속 가능한 제품, 성취감, 그리고 환경"

송재구 | 입력 : 2024/05/09 [10:34]

헌 옷 수거함에 ’, 누군가는 버린옷들의 5%만이 빈티지 샵에서 거래된다. 나머지 95%는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그들 나라의 시장에 매주 1500만 개의 헌 옷이 들어오고, 그중 쓰레기가 절반이 넘는다. 그런 식으로 팔리지 않는 은 그 나라에서조차 쓰레기로 버려지는데, 지역 폐기물 처리 시스템이 감당할 수 없어 강에 버려지거나 불태워지며 극심한 환경 문제를 일으킨다.

눈앞에 닥쳐온 환경 위기가 대두되며, 지속 가능한 제품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헌 옷 수거함에 무작정 버려지는 의류 제품에 대한 해결책은 없는 걸까? 자신만의 디자인을 찾기 위한 패션의 목적으로 행해질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의류 사용을 가능하게 하는 소잉 디자인(Sewing Design)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 은평구 갈현동 옷을,담다공방 허선영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은평구 갈현동 ‘옷을,담다’공방 허선영 대표    

 

 

Q. 귀 사의 설립(혹은 창업)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저는 이공계 졸업 후 17년 동안 직장 생활을 했습니다. 직장 생활 중에도,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해서 동기들이 놀러 다니고 할 때 저는 문화센터를 다녔고, 그래서 좀 별종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때 손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조금씩 계속 접해왔던 것 같아요. 그게 결국은 이 재봉하고 연결이 되더라고요. 재봉으로 뭘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하다가, 전문적으로 접근해 보자는 맘으로 패션 전문 학원에서 자격증도 취득하고, 유명하다는 바느질 전문가도 찾아가 수업을 들으며 준비했습니다.

 

결혼 후 아이가 태어나고, 흔한 경력단절 여성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직장을 그만두고도 재봉은 손에서 놓지 않았어요. 취미생활로 해 오던 중, 어느 순간 집에서 펼쳐놓고 하는 게 너무 힘이 들더라고요.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됐을 때, 아는 언니와 생활비 조금 아껴서 학교 앞에 우리만의 놀이터를 한번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작은 공방을 얻게 됐습니다. 미싱부터 시작해서 다리미, 책상, 의자까지 들고 내려오니, 진짜 나만의 놀이터가 생긴 거죠.

 

옷을 만들어서 벽에 걸어놓고, 공방 안에서 사부작사부작 무언가를 하고 있으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들어와서는 여기 뭐 하는 데냐고 물어보고, ‘만들어진 옷을 팔아라’, ‘나도 옷 만드는 거 좀 가르쳐 줄 수 없겠냐이런 식으로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됐습니다.

 

 

Q. 귀 사의 주요 서비스(프로그램) 분야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입을 수 있는 옷을 내가 직접 만들어 입는다는 취지로, 실용 양재 수업과 소잉 디자이너 자격 취득을 위한 자격증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 내 *소잉 디자이너 1급 실용 양재 부분 자격 인증 공방은 옷을,담다가 유일합니다.

자격 취득을 위해선 한국 소잉 산업 진흥원이 인증한 인증 공방에서 자격 취득을 위한 수업을 이수하셔야 합니다. 소잉 디자이너의 소잉이란 바느질, 재봉을 뜻하는 단어고요, 거기에 이제 디자이너라는 단어를 결합시킨 새로운 직업군입니다. 소잉 디자이너 자격증은 NCS ( 국가직무능력표준 ) 체계에 맞춰 2, 1, 지도사 과정으로 나눠져 있고, 자격 취득 후 공방 창업이나 전문강사로 활동하실 수 있습니다. **패브릭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제품을 직접 디자인하고, 재봉이라는 기술력을 결합시켜 제품을 만든 후 온, 오프라인으로도 판매하는 새로운 직업군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소잉 디자이너(Sewing Designer): 재봉 분야 전문 디자이너

**패브릭(fabric): 직물- 헝겊, 천 등 실을 교차하여 만든 의류 및 소품 재료

 


Q. 귀 사만의 특징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옷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공방은 많이 볼 수가 없습니다.

최근 소비패턴이 개성과 디자인을 중요시하는 형태로 특히 더 발전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핸드메이드와 *DIY라는 키워드로 각종 제품과 컨텐츠에 반영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옷을, 담다공방은 개별 맞춤 수업을 기본으로 합니다. 수업만을 목적으로 내가 입을 수 없는 옷이 아니라 나만의 개성을 가득 담은 나만의 옷만들기를 지향합니다.


소잉은 이제 단순한 취미 단계를 넘어 개성과 디자인과 문화를 융합하는 하나의 전문 창작 디자인 분야로 발전하고 있으며, 소잉 제품의 프리미엄 가치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옷을, 담다공방은 전문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강생분들의 재봉기술 향상과, 여성 중심의 1인 기업, 소자본창업 및 전문강사로 활동할 환경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DIY(Do It Yourself): ‘너만의 것을 스스로 만들고, 구축하고, ·보수하라.’는 뜻.

 

 

Q. 귀 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 대표자(최종 관리자)로서,

가장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A. 요즘은 옷들이 기성품화 되어 있어, 맞춰 입는 게 많이 없어졌잖아요. 그래도 아직 옷을 맞춰 입으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분들이 아주 만족해하실 때, 또는 선물하시는 분들이 만족하시면서 다른 분 소개해 주시면서 믿을 수 있다 해주실 때, 일에 대한 보람을 느낍니다.

 

또한, 은평구에서 12년째 공방 운영하면서 거쳐간 수많은 수강생들 중 몇 명이, 다른 지역에 가서 공방 운영 열심히 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는데, 저한테 배워 너무 감사하다는 얘기 들을 때, ‘잘해 왔구나라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뿌듯합니다.

 

요즘은 소잉 디자이너라는 새로운 직업군의 전문가들을 제가 탄생시키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성취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 ‘옷을,담다’공방 수업 모습 및 제품들    

 


Q. 향후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지금 제가 배출시킨 소잉 디자이너 제자들과 협동조합 설립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그래서 옷을, 담다는 향후 지자체와 저희 협동조합이 같이 공모하여, 생활 속 *ESG 실천으로 환경 문제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의생활을 위해 패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우리의 작은 실천이 나비효과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우리 협동조합이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 생활 속 실천(*업사이클링, *리사이클링)을 해나가려 합니다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환경, 사회, 통치 관리의 뜻으로, 기업 경영에서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한 세 가지 핵심 요소.

*리사이클링(recycling): 재활용

*업사이클링(upcycling): 버릴 물건이나 사용되지 않는 물건을 쓸모 있는 물건으로 만들어 바꾸는 것.

 


Q. 독자들에게 전할 말

A. 경력이 있고 없고 상관없이 바느질을 좋아하고 디자인을 사랑하는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정년 없는 평생직장입니다. 그래서 꼭 자격증 취득 목적이 아니더라도, 이 바느질을 통해서 많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지 많은 분들이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을 위해서 옷을, 담다공방에서 배우면 그런 모든 것들이 다 성취될 수 있다는 걸 제가 꼭 알려주고 싶어요.

 

용기 내서 뻗은 손에 닿을 것이 있는, 다가올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거라는 확신이 있는 그런 날들이 여러분들 앞에 펼쳐지기를 제가 도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