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예 협회 (Japan Handicraft Instructors’ Association, JHIA)는 수예 분야의 교육과 자격 인증을 제공하는 기관으로, 다양한 수예 기술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보그 과정 (Vogue Knitting Course)은 특히 유명한 프로그램이다. 보그 과정은 일본 수예 협회와 미국의 유명 수예 잡지인 Vogue Knitting이 협력하여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이 과정은 수예 기술을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모든 수준의 수예 애호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난이도의 과정이 준비되어 있다. 수예 기술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자격증을 취득함으로써 수예 강사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보그 과정을 수료하면 일본 수예 협회에서 인증하는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이 자격증은 수예 강사로서 활동하는 데 큰 도움이 되며, 수예 관련 사업을 시작하거나 수예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해 준다.
손뜨개의 전문성을 제공하는 이 보그 과정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경기 김포시 ‘별을 뜨다’ 권소영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Q. 귀 사의 설립(혹은 창업)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첫아이를 낳고 온전히 아이 위주의 삶으로 살게 되었고, 나를 잃어가며 찾아온 우울증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지냈습니다. 겨울이 찾아왔고 그래서인지 예전 엄마께서 하시던 손뜨개가 떠올라 영상을 찾아가며 독학을 시작했죠. 하나하나 완성되는 게 너무 재밌어서,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 새벽까지 만들기도 했어요. 그렇게 하나를 완성해서 내 아이에게 입히고, 내가 사용하기도 하면서 점점 우울증은 잊혀 갔습니다.
동네 어머님들께 조금씩 알려드리며 손뜨개를 이어가던 중, 제대로 배워보라는 신랑의 권유로 ‘일본수예보급협회’의 ‘보그 과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땐 신혼이었고 살림이 넉넉하지 못했는데, 막상 배우려니 비용과 시간도 만만치 않은 이 과정을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되면서, 권유해 준 신랑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죠.
그렇게 4년 정도 배우면서 대바늘과 코바늘의 각 입문 과정, 강사 과정, 지도원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손뜨개 준사범 과정까지 한국에서 배울 수 있는 전체 과정을 배우면서, 끊임없이 배울 수 있다는 사실과 내가 발전해 나가는 과정들이 너무 재밌었죠. 그리고 제가 전문 과정을 배우면서 가르치다 보니, 수업의 퀄리티도 점점 상승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저희 공방의 명칭인 ‘별을 뜨다’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내가 뜨는 작품들이 저 하늘의 별과 같이 반짝거리며 빛나길 바라는 마음’과 ‘별을 보고 길을 찾았던 것처럼 꿈을 찾길 바라는 사람들이 별과 같이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Q. 귀 사의 주요 서비스(프로그램) 분야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일본수예보급협회 보그 과정 클래스가 메인입니다.
보그 과정은 제도를 통해서 원하는 디자인의 옷을 만들어보는 과정입니다. 내가 원하는 무늬를 넣어보기도 하고, 내가 원하는 길이와 색감을 구성하기도 하면서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옷을 만드는 과정이죠.
단계별로 진행이 되는데, 대바늘/코바늘 각각 입문 과정, 강사 과정, 지도원 과정을 배워보실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일본수예보급협회의 인정증 발급까지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그 외 전문과정이 부담되시는 분들은 왕초보 기초과정도 있습니다. 실과 바늘 잡기를 시작으로, 기호 도안 보기를 목표로 합니다. 작은 카드지갑, 티 코스터 등을 만들어보면서 손에 감각을 키우고 기본기를 익히고 나면, 가방이든 옷이든 각자 능력에 맞추어 상상하는 것들을 구현해 내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작품만 배워보실 수 있는 원 데이 클래스도 있습니다. 소품이든 의류든, 원하시는 것으로 진행하며 완성하기까지 필요한 테크닉들 위주로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남녀노소의 구분 없이,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도 70대 어르신들도 오셔서 다 같이 즐길 수 있습니다.
Q. 귀 사만의 특징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1 대 1 개별 진도로 진행하며, 각자 원하는 목표에 따라 제작, 디자인, 교육 쪽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저도 수강생님들과 대화하면서 삶을 배우기도 하고, 제가 배운 지식들을 가르쳐드리면서 함께 성장하기도 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 생각됩니다.
Q. 귀 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 대표자(최종 관리자)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A. 저처럼 깊은 우울 속에 갇혀계시던 수강생 한 분이 떠오르네요. 첫 시간에 바늘 잡는 것도 어색해서 힘들어하시던 분께서 회차가 늘어날수록 말수도 늘어나고 웃음도 느시더라고요. 이제는 옷 한 벌은 거뜬히 만들어내시고, 방과 후에 아이들을 가르치는 꿈을 꾸며 열심히 나아가고 계십니다.
또, 디자인을 이쁘게 잘하시던 수강생님은 작은 공방을 하나 오픈하셔서 저와 같은 길을 걷고 있고요. 매시간마다 질문을 많이 하시고 꼼꼼하게 제작하시던 수강생님께 얼마 전에 연락해 보니, 문화센터로 강의를 나간다고 하시더라고요. 다들 배움에서 끝나지 않고 한 발짝씩 더 나아가는 모습에 저도 힘을 엄청 받게 되는 것 같아요.
Q. 향후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제 개인으로는 보그 과정의 최고 과정인 사범 수료가 목표입니다. 일본에서 선생님을 모셔와서 진행되어야 하는 부분이라, 일정 조율과 인원 문제로 자주 오픈되지 못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근에 수업이 오픈되었을 때, 제가 출산을 앞두고 있어서 참여를 못했거든요.
그리고 지금처럼 저를 찾아와주시는 분들과 함께 매일매일 즐겁게 작품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그분들의 이야기도 듣고, 미래도 그려보며 울고 웃는 지금이 정말 좋아요.
나중에 할머니 본인이 세상에 없을 때 만들어 준 옷을 보며 추억해 주길 바라는 할머니의 마음도, 엄마의 생신날 가방을 선물하고 싶어 고사리 손으로 열심히 만드는 초등학생 아이의 마음도, 유방암을 앓고 있는 친구의 머리가 추울까 봐 최대한 보드라운 실을 골라 모자를 뜨는 친구의 마음도, 손뜨개라서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마음들이 잘 전해질 수 있게, 더 예쁘고 완성도 높게 도와드리는 게 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마네킹도 있고, 칠판도 있고, 스티밍 자리도 있고, 지금보다 더 많은 실이 있는, 더 좋은 환경이 구비된 나만의 작업실을 가지는, 소박하지만 원대한 목표도 있습니다.
Q. 독자들에게 전할 말
A. 재능기부로 원 데이 클래스로 짧게 만난 많은 분들도 있었고, 지금의 저와 같이 취미로 시작했다가 전문 보그 과정을 배우면서 긴 시간을 지금도 함께하는 수강생님들도 계셔요. 그저 가정주부로서 아이를 키우기만 하다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선생님 소리를 듣게 되고, 또 저의 스승님과 함께 책 작업도 하면서 곧 출판까지 하게 되어 손뜨개 공부를 시작하게 해준 저희 신랑이 엄청 뿌듯해한답니다.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 덕에 저도 무척 고마워하고 있어요.
실과 바늘만으로 실용적인 무엇인가를 만들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기쁨도 있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을 가르치며 그분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일을 다시 시작한다면 반드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자.’라는 목표가 있었는데, 이 일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각자의 꿈을 찾아 나아가도록 도와드리는 과정 속에서 저 또한 성장하며 지금도 여전히 꿈을 이뤄 나아가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손뜨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젊은 분들의 유입이 정말 많이 되고 있어 너무 기쁩니다. 바쁜 생활 속에 한숨 돌릴 수 있는 쉼터가 되어주기도 하는 손뜨개의 매력이 더 많이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누군가 만들어낸 작품이 또 다른 아이디어가 되고, 그로 인해 서로서로 상생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거든요. 그리고 정말 잘 만든 옷들은 대대손손 물려 입을 수 있는 멋진 작업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생각하는 대로, 원하는 대로 만들어지는 창작물들이 나만의 색과 브랜드가 되기도 하는 놀라운 일들을 여러분들도 함께 경험해나가길 바라봅니다.
옷을 하나 만들기까지 길다면 긴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죠. 그래서 사실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옷을 사 입는 게 가성비로 따지면 훨씬 효율적입니다. 그러나 어찌 보면 느리기도, 따분할 수도 있는 시간들이 지금처럼 바쁜 시간을 보내는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뜨개를 잡고 한 땀씩 떠내려갈 때마다, 소란했던 머릿속이 정리가 되고 날뛰던 마음이 차분해지며 생각이 정리가 되거든요.
우리 모두에게 그런 순간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 모두 힘 날 수 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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