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일리

세종시 [먹갈기좋은날] 이채론 대표 "검으나 아름답다"

정세마 | 기사입력 2024/08/27 [15:03]

세종시 [먹갈기좋은날] 이채론 대표 "검으나 아름답다"

정세마 | 입력 : 2024/08/27 [15:03]

 

수묵화의 매력은 그 단순함 속에 담긴 깊이와 표현력에 있다. 수묵화는 한정된 색상, 주로 검정과 흰색, 그리고 그 사이의 다양한 농담(濃淡)ⁱ⁾을 통해 자연과 사물의 본질을 표현하는 예술이다. 먹과 물이라는 제한된 재료만으로도 자연의 복잡한 아름다움과 인간의 깊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수묵화는 번짐과 농담을 통해 형상과 여백, 그리고 그 사이의 긴장감을 만들어내며, 이는 관람자에게 여운을 남기고 상상의 여지를 준다. 그 과정에서 작가의 내면과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

 

수묵화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모방하는 대신, 자연의 본질을 간결한 형태로 추상화한다. 이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강조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의 미묘한 아름다움에 대한 깊은 감사를 느끼게 한다.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 이상을 담고 있는 이 예술은 동아시아의 철학, 특히 도교와 선종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아 자연의 순환, 무위(無爲), 그리고 내적 성찰을 표현한다. 이는 작품을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깊은 사유에 잠기게 한다.

 

따라서, 수묵화를 계승, 발전시키는 일은 전통을 보존하는 동시에, 현대인들에게 그 문화적 가치를 알리는 중요한 작업이다. 단순함과 내적 깊이를 강조하는 수묵화는 현대 사회에 필요한 균형을 제공하고, 심미적 가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후대에 철학적 깊이와 정신적 유산을 전달할 수 있다.

 

전통적인 양식의 수묵화를 현대 미술과 결합하여 새로운 예술적 표현을 창출할 수 있다.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인 해석을 더해, 더욱 다양한 예술적 가능성을 탐구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수묵화는 단순한 그림 이상의 의미를 지닌 예술이다. 그것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단지 전통을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현대 예술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더 나아가 인간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계속하는 길이기도 하다.

ⁱ⁾농담(濃淡): 색깔이나 명암 또는 용액 따위의 짙음과 옅음. 또는 그런 정도.

 

이와 관련하여 세종시 집현동 수묵화 콘텐츠 연구소 [먹 갈기 좋은 날] 이채론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세종시 수묵화 콘텐츠 연구소 [먹 갈기 좋은 날] 이채론 대표    

 

 

Q. 귀 사의 설립(혹은 창업)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먹갈기 좋은날은 2015년에 설립된 수묵화 콘텐츠 연구소로, 전통 서예와 수묵화에 대한 깊은 사랑과 열정을 바탕으로 창립되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서예와 수묵화에서 사용되는 붓과 먹의 매력을 느꼈던 저는, 검은색이 주는 깊이와 고유의 미감을 사랑해왔습니다. 특히, 많은 이들이 퀴퀴하다고 말하는 먹의 독특한 냄새와 농담 표현이 주는 자유로운 느낌은 저에게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누가 수묵화를 좋아하고, 돈을 주고 사는가?"라는 의견을 자주 듣게 되면서, 상처와 어려움을 마주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수묵화가 가진 한국적인 정취와 그 아름다움을 대중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게 하고 싶었습니다. 수묵화는 이미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만, 이를 보편적이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콘텐츠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여 전통적인 수묵화의 매력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구성하고자 했습니다. 먹갈기 좋은날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묵화를 단순한 예술 형식이 아닌, 풍부한 콘텐츠로서 새롭게 접근하며,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수묵화의 아름다움을 경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귀 사의 주요 서비스(프로그램) 분야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먹갈기 좋은날은 문화예술 교육의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주로 캘리그래피와 한국화 교육을 중심으로 하며, 미술 전공을 바탕으로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전통적인 예술 교육의 틀을 넘어서, 새로운 방식으로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충청권 지역을 포함한 다양한 문화예술 교육 지원 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세종시의 미래마을 사업, 가치누리 문화거리 사업, 그리고 국립박물관단지의 교육 프로그램 등에서 폭넓은 문화예술 교육을 제공하며, 지역 사회와의 긴밀한 협력 속에서 문화예술의 접근성과 확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전시 기획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공모를 통해 선정된 다양한 전시를 진행해왔습니다. 특히, 작년에는 세종시의 한글특화 기획 공모에 선정되어 '뜻밖의 한글'이라는 전시를 성공적으로 개최했습니다. 이 전시는 '득의망상'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바탕으로, 현대미술 작가들의 다양한 작업을 통해 형상 너머의 진정한 의미를 탐구하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또한, 문화예술 연구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현재 대전세종연구원에서 비상임 연구원으로 한시적으로 활동하며, 지난해에는 문화예술 교육의 5개년 계획 수립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올해에는 세종시의 장애예술인 지원 정책 계획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며, 문화예술 분야의 발전과 정책 개선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먹갈기 좋은날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문화예술 교육과 연구를 통해, 한국 예술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예술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Q. 귀 사만의 특징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수묵콘텐츠연구소라는 이름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실 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남다른 창의성과 독창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예술적 길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보편적인 용어 대신, 제가 수묵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 가는 데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전통적인 수묵화의 깊이를 바탕으로 동서양의 다양한 재료를 융합하여 다각적 접근이 가능한 문화예술 교육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넘나들며 창의적인 예술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습니다.

 

특히 캘리그래피 분야에서, 저는 대한민국 1세대 캘리그래피 작가의 제자이자 학술적으로는 국내 최초의 캘리그래피 박사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력을 바탕으로 캘리그래피를 단순한 서체 예술에 그치지 않고, 깊이 있는 예술적 탐구와 교육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현대 한국화 작가로서의 활동을 통해, 시각 예술 전반에 걸친 전문성을 바탕으로 종합적인 예술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예술적 표현의 가능성을 무한히 확장시키며, 개개인의 창의력을 꽃피우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수묵콘텐츠연구소는 단순히 전통 예술을 계승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대적 감각과 학술적 깊이를 더하여 예술을 새롭게 재창조하는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예술 교육과 서비스는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예술적 사고와 창의성을 자극하며, 새로운 예술적 흐름을 선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깊은 영감을 줄 것입니다.

 

 

▲ 수묵화 콘텐츠 연구소 [먹 갈기 좋은 날] 전시 모습 및 작품들    

 

 

Q. 귀 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 대표자(최종 관리자)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A. 매 순간이 소중하고 행복하지만, 특히 어린아이들 또는 어르신들과 함께 수업할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낍니다. 그들의 순수한 열정과 깊은 경험을 마주할 때마다 제가 전하는 것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또한, 다양한 행사에서 현장의 에너지를 직접 느끼며, 그 순간들이 저에게 커다란 충전이 됩니다.

 

비록 작가로 활동하며 "작가님"이라는 호칭과 대우를 받을 때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현장에서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며 함께 호흡하는 순간들이 저에게는 더 큰 즐거움입니다. 이럴 때 느끼는 보람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고, 그 순간들이 제게 진정한 행복을 선사합니다.

 

 

Q. 향후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한글 캘리그래피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15년이 다 되어갑니다. 처음에는 서울에서 활동을 시작하며 한글과 관련된 전시를 꾸준히 이어왔습니다. 세종시가 한글문화도시로 예비 문화도시에 선정된 지금, 저는 앞으로 한글에 대한 더 깊이 있는 연구와 작업에 몰두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한국적인 정서를 더욱 유쾌하고 창의적으로 표현하며, 한글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고 싶습니다.

 

또한, 세종학당과의 협업을 통해 한글을 배우고자 하는 국제적인 관심을 더욱 증진시키고,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문화를 알리는 활동을 병행할 계획입니다. 제가 추구하는 목표는 한글을 중심으로 한 한국적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들이 한국 문화를 즐겁고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Q. 독자들에게 전할 말

 

A. 최근 전시에서 저는 "예술에 진심이면 내면이 빛난다"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글을 작성했습니다. 예술은 본질적으로 외부 요인에 의해 그 지위와 가치를 인정받는데, 현대 사회에서는 자본이 그 가치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저는 개념미술에 대해 개인적으로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명해지면 사람들이 똥을 싸도 박수를 칠 것"이라는 말은 대중을 기만하는 행위로, 진정한 예술의 본질을 훼손하는 태도입니다.

 

물론 예술가가 어느 정도 비즈니스적 감각을 가져야 한다는 점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진심이 담기지 않은 작품은 결국 대중에게 그 진실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정치적 입장이나 관심을 끄는 행보만으로 주목받는 예술가는 오래 지속되지 못합니다. 예술은 진심이어야 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가장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고, 진정한 위로를 전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진짜 예술입니다. 이것이 바로 미학이며, 감성의 본질입니다.

 

예술가는 무엇보다 자신을 가장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작품이 무엇인지 스스로 깊이 탐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집중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문화예술을 바라보기를 바랍니다. 진정한 예술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감동을 전하며, 그들의 내면을 빛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예술의 본질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