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일리

울산 북구 북카페 ‘메라키’ 서은미 대표 "나를 돌아보고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들을 나누는 공간"

이경아 | 기사입력 2024/10/28 [16:46]

울산 북구 북카페 ‘메라키’ 서은미 대표 "나를 돌아보고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들을 나누는 공간"

이경아 | 입력 : 2024/10/28 [16:46]

현대인들의 바쁜 일상 속에서 차분한 공간에서 책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북카페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북카페는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다양한 문화와 소통이 이루어지는 특별한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독서의 즐거움과 아늑한 분위기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이곳에서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시간을 만끽하며,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거나 친구들과의 대화를 나누며 소중한 순간을 만들어간다. 최근 북카페의 인기 상승과 함께, 다양한 테마와 프로그램이 접목되어 더욱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어 많은 이들이 찾고 있는 트렌디한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울산 북구 메라키서은미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메라키] 내부전경    

 

 

Q. 귀 사의 창업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살면서 한 번쯤은 자신의 뿌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아이네이아스에게 트로이는 멸망의 땅이었고, 이제 새롭게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진정한 고향이 필요했습니다. 그곳을 찾아 이탈리아로 나아가기 위한 긴 여정을 겪게 되는데, 저에게는 이곳 강동해변이 그런 장소입니다. 그는 스스로 만들어 놓은 제약에서 벗어나 새로운 고향을 찾기 위해 떠났지만, 저는 이탈리아가 아닌 트로이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가장 무너져 내린 순간에 제 고향에서 뿌리를 내리고 싶었습니다.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에서 수년간 근무하고 영어 강의 및 학원 운영을 해오면서 진정한 삶의 비전을 찾아 헤매는 인생을 살았습니다. 다양한 일을 바쁘게 해내면서도 인간의 삶에 대한 다양한 호기심으로, 놓을 수 없는 취미가 있었으니, 바로 독서입니다. 이제 덕업 일치를 꿈꾸며 성덕을 하고자 제가 좋아하는 강동해변에 제가 좋아하는 책들로 가득 채운 북 카페를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메라키”라는 그리스어는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 중에서—영혼, 사랑, 창의성 등을 명확히 인식하고 그 토대 위에서 무언가를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제가 메라키의 커피 한 잔, 작은 소품 하나에도 우리가 인간으로서 가지고 있는 열려있는 가능성을 소복히 담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메라키 북카페는 현재에 집중하며, 삶이 던지는 질문과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의미를 탐구해 내는 비밀의 방이자 연구소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커피와 브런치, 책과 다양한 소품들을 판매하는 공간이지만, 그 내면에는 저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과 투명한 만남을 통해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꿈을 품고 있습니다.

 

이 공간에서 저는 제 삶을 돌아보고,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들을 사람들과 나누고 함께 즐기고 싶습니다. 강동해변 메라키에서의 소중한 순간들이 모여, 저와 함께하는 이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이 되기를 바랍니다.

 

 

Q. 귀 사의 주요 프로그램 분야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저는 사람들에게 이야기와 시를 낭독하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래서 메라키를 열기로 결심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컨셉이 바로 ‘낭독’이었습니다. 제가 들려드리는 이야기가 저의 몸을 통과해 듣는 이들에게 전달되는 그 역동적인 순간을 즐깁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빛이 제게 비추어지고, 그 빛은 저에게 없었던 감각적 알아차림과 언어들로 영글어 제 몸에 스며듭니다. 이제 다시 하나씩 톡톡 터져 나오는 이야기들은 함께 책을 나누는 분들께 울림이 되어 전달됩니다. 이렇게 책, 제 몸, 그리고 듣는 이의 반응이 함께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밥보다 좋습니다.

 

짧게 말하면, 메라키는 책방지기의 ‘낭독’이라는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책을 함께 나누는 경험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것은 저의 취향이 담긴 참숯 로스팅 커피와 당근 라페 부리또, 수제 땅콩 샌드위치 같은 브런치 메뉴들입니다. 하루 종일 햇살 가득한 바닷가 책방에서 기분과 취향이 골라내는 책을 읽으며, 맛있는 브런치를 먹고, 바다와 하늘멍도 즐기고, 메라키 지기의 낭독도 들어보실 수 있어요. 큐레이션은 동네 책방답게 독립 서적, 고전, 에세이, 그림책 등 장르를 넘나들어 스토리가 담겨있다는 특징이 있는데 변덕이 심하고 호기심이 많으며, 항상 본질에 집중하고자 노력하는 메라키 지기의 취향이 반영된 큐레이션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관련 사건과 사유에 대한 나의 생각을 다이어리 한켠에 써 내려가고 싶거나, 필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하죠? 제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각종 스테이셔너리와 소품들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메라키를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이 이 공간 안에서 우리 본질의 다양한 특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곳에서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새로운 경험을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Q. 귀 사만의 특징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메라키만의 차별화된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강조하고 싶은 점은 ‘커스터마이징’입니다. 제가 제공하는 이 서비스는 고객들이 ‘자신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하루하루 나로 살아가고 있지만, 이 순간순간들이 무엇을 위한 건지, 어떤 대단한 계획의 일부인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또한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기고 있는지 생각해 볼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고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원하는지 질문하고,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제공함으로써 잠시라도 ‘나’라는 존재에 대해 되돌아볼 기회를 드리고자 합니다. 억지스럽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러한 순간들은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소중한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각자만의 삶의 시계와 지도 속에서 이런 기회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이 공간을 만든 이유도 제 삶을 돌아보고, 좋아하고 잘하는 것들을 나누고 싶어서이기 때문에, 커피 한 잔이나 책 한 권, 작은 소품 하나를 구매하더라도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특별한 이벤트입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그렇습니다.

 

두 번째로 강조하고 싶은 특징은 바로 메라키만의 소박한 바다 뷰입니다.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전면 창 바로 앞에는 바닷가 시골집 몇몇 곳의 지붕들도 보입니다. 정리되지 않은 좁은 이면 도로들도 보입니다. 그래서 바닷가 로컬의 적나라한 전경들을 더욱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내부 인테리어도 화려하지는 않습니다. 의자도 다소 불편하고, 테이블도 고급 가구가 아닌 소박한 핸드메이드입니다. 이러한 자연스러움 들이 메라키만의 완벽함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들입니다.

 

이곳에 둥지를 트고부터 저는 바다의 색깔이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메라키의 바다 창을 통해 보이는 바다 뷰는 특별합니다. 파도가 너울거리며 ‘나는 동해바다 파도이다!’를 외치듯,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밀려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빨들이 몽돌 해변이라는 거대한 혀에 부딪히는 순간은 바다의 호흡처럼 세상에, 그리고 그걸 바라보고 있는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무언가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메라키는 단순히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이 아닌, 마음을 열면 열수록 영혼의 울림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답니다.

 

 

▲ [메라키] 전경    

 

 

Q. 향후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메라키는 단순한 북카페의 브랜드가 아니라 제가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를 반영합니다. 현재 이 순간을 온전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무기이자 스스로 뛰어드는 위험한 공사장 같은 도전을 위한 안전모이기도 합니다. 이런 메라키의 에너지를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로 발전시켜 많은 사람들이 향유토록 하고 싶어요. 메라키만의 고유한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왠지 모르게 또 오고 싶고, ’여기서 이런 책을 만나다니?‘라는 우연함을 만날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 우연히 새로운 도전으로 이끌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메라키 안의 책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과 고객들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들과 만나 새로운 스파크가 일어나는 곳이요. 추상적이고 모호하지만 저의 강력한 바람이 우연한 만나면 강력한 전술로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의 이야기를 쓰겠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습니다. 순수한 이기심으로 제 삶을 반영하는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시키고 싶어요. 이야기는 어떤 종류든, 독자를 잠시 멈추게 합니다. 그리고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과거로, 또는 미래로 이끌어요. 그리고 그 지점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저는 글쓰기가 누군가를 깊게 만나 그 누군가의 삶의 일부가 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탄생시키는 이야기라는 세계가 저는 죽더라도 새로운 차원의 세계 속에서 영원히 존재할 수 있다는 건 설레는 일입니다.

 

 

Q. 독자들에게 전할 말

 

A. 메라키라는 북카페는 바닷가 마을의 작고 소박한 공간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와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동굴로 숨어들어 낮아지는 맥박을 자연의 호흡과 맞추어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소곤대는 책들의 낯설지만 어딘가 익숙한 이야기들과 함께요. 만약 이 세상 어딘가에서 제 이야기에 공감하시는 한 분이 계신다면, 저는 그분을 메라키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제 삶의 지향을 사회가 원하는 모습,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모습으로 바꾸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마다 메라키의 간판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 투명한 제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떠올립니다. 제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 인정하는 마음으로 메라키를 채워 나가고, 그런 에너지가 번져 누군가에게 은근한 위로와 공감으로 전해질 수 있다면,  제 삶의 소명을 이루어나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제가 그랬듯, 매일매일 삶이 우리 앞에 무심하게 놓아두는 무거운 짐들을 풀어 정리하느라 바쁘신 분들께 ‘메라키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선물해 드리고 싶습니다. 언젠가 강동해변을 지나실 때, 동해안로 1670, 메라키를 찾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