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일리

서울시 광진구 지혜성장터 정지혜 대표 "그림책으로 마음을 읽고 돌보는 공간"

석민준 | 기사입력 2024/01/23 [13:49]

서울시 광진구 지혜성장터 정지혜 대표 "그림책으로 마음을 읽고 돌보는 공간"

석민준 | 입력 : 2024/01/23 [13:49]

그림책을 읽고 마음을 돌봄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정서적 이점 중 하나는 공감을 촉진하는 것이다. 그림책은 종종 다양한 인물, 상황, 감정을 탐구하여 독자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다양한 관점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독자는 그림책 속 인물과 이야기에 참여하면서 인물의 도전과 기쁨, 감정에 공감할 수 있다. 이러한 정서적 연결은 자신과 다를 수 있는 사람들의 경험에 대한 연민과 이해심을 키워준다. 그림책의 시각적, 서술적 요소를 통해 개인은 보다 풍부한 감정적 어휘를 개발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인식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이런 식으로 그림책은 공감을 키우고, 감성 지능을 촉진하며, 더 자비롭고 이해하는 세계관을 키우는 강력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 촉진되는 정서적 참여는 개인의 전반적인 행복에 기여하고 긍정적인 사회적 상호 작용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시 광진구에 위치한 그림책으로 마음을 읽고 돌보는 지혜성장터의 정지혜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지혜성장터 정지혜 대표    

 

 

Q. 지혜성장터의 설립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3명의 딸을 키우면서 중재를 해야 할 때가 종종 생깁니다. 그럴 때마다 누구 하나 억울한 아이가 없게, 아이끼리 승패를 가르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지 않아 어떻게 하면 서로 윈윈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어요. 마음을 살피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 보니 제 어린 시절도 생각이 났어요. 저는 친구로 인해 속상했던 이야기를 엄마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뿐인데, 엄마에겐 그 친구가 나쁜 친구로 여겨지는 일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마음의 이야기를 하기가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마음을 나눌 수 있도록 대화해 주는 어른이 너무 필요했어요.

 

그러다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키워 주며 윈윈할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긍정심리학에서 언급하는 지혜를 공부하면서 함께 행복 할 수 있도록 소통하는 어른으로 매일 하나씩 성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어요. 서로 사랑하고 존중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런 소통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을 해 드리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 지혜성장터 그림책 데이트    

 

 

Q. 지혜성장터의 주요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지혜성장터의 3가지 중요 키워드는 나와의 소통, 타인 공감, 문제 해결을 위한 분별하는 능력입니다. 3가지 능력이 균형 있게 성장하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은 교육을 통해 지식과 실습을 하는 시간도 있고, 그림책을 보면서 편하게 마음의 이야기를 나누는 그림책 테라피도 진행합니다. 또한 가족 프로그램을 진행해서 가족이 모두 성장할 수 있도록 합니다.

 

가족을 대상으로도 진행하다 보니, 교육 프로그램은 6세부터 성인까지, 특별히 연령에 제한을 두지는 않아요. 앞서 말씀드린 3가지 마음 근육이 균형 있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지혜성장터의 핵심입니다.

 

▲ 초등학교 그림책 수업    

 

 

Q. 지혜성장터만의 특징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저희 지혜성장터는 심리 상담을 하고 있지만, 일반 상담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치료받아야 하는 환자가 아닌, 편안하게 들어와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저희 지혜성장터는 처음 문을 열었을 때 600권 이상의 그림책 책장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들어오는 사람들은 책장을 향해 걸어가 책을 하나하나 살펴보죠. 그러다 보면 어색함 없이 대화를 나누고 자연스럽게 속 이야기를 나누게 되죠. 저와 그림책 마음 수업을 8년 이상 꾸준히 하고 있는 학생들도 있는데, 이 학생들처럼 함께한 고객들과 공동체가 되어 있는 것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심리 상담을 하지만, 치료 상담이 진행되기 전 예방하는 마음 프로그램을 집중하고 있어요. 1인 기업을 하고 있는 저는 그림책 테라피를 한 지 16년 정도 되었는데요, 전혀 다른 기질의 세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한부모 가장으로, 소심한 아이가 자기표현을 잘할 수 있는 단단한 아이로, 학폭위를 경험하고 학교 밖 청소년이 되어 양육한 경험들 등으로 인해 지식이 아니라 조금 더 진심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지 않을까 싶어요.

 

▲ 지혜성장터 그림책 가족 캠프    

 

 

Q. 지혜성장터를 운영하는 데 있어 대표자로서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A. 기억에 남는 일들이 많은데, 그중 몇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선 첫 번째는 외부 강의에서 있었던 사례인데 주의력이 약한 초등학교 1학년생 아이가 앞자리에 앉아 있었어요. 담임선생님은 제 수업에 방해가 될까 그 아이에게 신경을 쏟고 계신 것 같더라고요. 아이가 불안해하는 듯해서 저는 아이 앞에 서서 수업을 했고 아이의 불안감을 감소시키기 위해 제 옷자락을 잡고 수업을 들으라고 했죠. 안심이 되었는지 가만히 앉아서 잘 듣더라고요. 제가 질문을 하면 아이는 마음처럼 입이 빨리 열리지 않아서 , , , 라는 말을 오랫동안 했어요. 반 학생들은 기다리기 힘들어서 , 빨리 말해. 나도 발표하고 싶단 말이야라고도 했죠. 그럴 때 제가 얘들아, 너희들이 발표할 시간을 줄 테니까 조급해하지 않아도 돼. 이 친구는 시간이 필요한 친구인 거 같아. 조금 기다려 줄래?”라고 했더니 아이들은 기다려 주었죠.

 

2년 후, 저는 그 친구가 어떻게 성장했을까 궁금한 마음으로 그 학년에 수업을 들어갔어요. 주의력이 약하던 친구는 더 이상 앞자리가 아니라 뒷자리에 앉아서 수업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예전과 같이 질문하고 발표하는 시간인데, 저는 그 친구에게 발표할 기회를 주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때 제 뒤에 있던 아이가 저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면서 부르더라고요. 그러더니 선생님, 그 친구는 시간이 필요한 친구예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라고 하는 거 있죠. 제가 한 말을 아이를 통해 다시 듣게 되는 경험을 했어요. 잊을 수 없는 경험이죠.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일로는 제 수업 전 피구를 하고 들어온 아이들이 화가 나서 교실로 들어온 적이 있어요. 수업을 시작하려고 해도 그 화가 가라앉지 않아서 아이들의 마음을 듣는 시간을 가졌어요. 친구를 비난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도록 가이드를 해주었죠. 특별히 중재하지 않고, 친구의 입장을 듣고 그 입장을 이해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편안해진 시간이었어요. 이런 일이 있고 나서, 수업 마무리 시간에는 아이들이 모두 일어서서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마음을 존중받아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겠죠?

 

그리고 5세 때부터 저와 함께 그림책 마음 수업을 한 아이가 있어요. 이후 그 아이와 저는 7년간 함께 수업을 했죠. 아이에게는 동생이 있었는데 동생이 5세가 되니, 아이는 엄마에게 엄마, 동생도 5세가 되었으니 그림책 마음 수업을 시작해야죠. 무슨 말이든 할 수 있고, 마음을 존중받는 시간이라 저도 참 좋았거든요.”라고 하는 거 있죠?

 

마지막으로는 삼대가 같이 가족 그림책 테라피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할아버지, 할머니, 딸과 사위, 6세인 손녀가 함께하는 시간이었어요. 할머니와 딸이 서로 말로 하기 어려워하던 이야기를 그림책 장면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어요. 제가 중재를 하면서 마음의 이야기를 전해 드리는 시간이기도 했는데, 테라피 이후 두 분의 관계가 더 깊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요. 6세 손녀는 책을 보다가 혼자 그림도 그리면서 자유롭게 참여하도록 했는데요. 그림책 테라피를 마친 후, 손녀는 그림책 이야기와 장면을 기억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오랜 시간 이야기했다고 하더라고요.

 

▲ 지혜성장터 그림책 마음수업_가족    

 

 

Q. 향후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무엇보다 가족 문화 프로그램과 학교 문화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싶어요.

 

가족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끼리 서로 마음으로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개개인의 마음도 커야 하니 자신과 소통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표현하면서 공감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요. 소통할 수 있어야 가족이 함께 지혜로운 어른과 아이로 성장해 갈 수 있으니까요. 그림책을 보면서 새로운 가족 놀이 문화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학교 문화 프로그램은 또래 아이들 간 서로 마음을 존중하고 표현하고, 들을 수 있는 교실 문화가 되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요. 옳지 않다고 하더라도 다수가 그렇다고 하면 옳은 일이 되는 환경에서는 내 아이를 지혜로운 아이로 키우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마음이 무엇인지, 존중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소통으로 함께 행복할 수 있음을 알려 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 주고 싶어요. 그럼 학교에서 더더욱 아이들 각자가 가진 꽃이 피어 서로 어우러지지 않을까요?

  

▲ 지혜성장터 실내 전경    

 

 

Q. 독자들에게 전할 말

 

A. 마음에 관심을 가져 주세요. 보이지 않아 아무렇지 않게 지날 수 있는 것이 마음이라고 생각하지만, 마음을 존중받으면 사람의 행동이 달라지게 되죠. 한 사람이라도 상대의 마음을 물어봐 준다면 그 힘은 나도 모르게 파장이 흘러 곳곳에 행복한 에너지로 스며들어 가요. 내가 하는 말, 내가 하는 행동이 스며든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세요. 비난이나 무조건 긍정 언어를 하기보다 내 마음을 살피고 마음 상태를 말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세요. 그것은 매일 조금씩,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도록 성장하거든요. 이런 방법으로 함께 지혜로운 어른으로 성장해 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