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악기는 주로 나무로 제작되며, 나무의 특성상 섬세하게 다뤄야 한다. 나무는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악기를 관리할 때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현악기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소리가 크게 달라질 수 있으며, 제대로 된 관리와 세심한 다루기가 중요하다. 또한, 현악기 제작 시 나무의 상태와 특성도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와 관련하여 악기 수리 및 제작,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가이겐바우아틀리에 김남헌 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Q. 귀 사의 설립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가이겐바우 아틀리에’는 독일어로 ‘현악공방’을 의미합니다. 독일에서 실력 있는 마이스터 밑에서 배우고 일하면서 연주자들의 악기를 다뤄본 경험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 독일식 이름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탈리아 크레모나에서 국립 현악기 제작학교를 다니며, 크레모나에 계신 마에스트로들을 찾아가 악기 제작을 배우며, 꾸준히 제작을 이어왔습니다. 또한, 독일 뒤셀도르프의 역사 깊은 현악공방에서 수리사로 일하며 많은 연주자들을 만나고, 그분들의 악기를 직접 다룰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가졌었습니다. 다년간 유럽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마음속 깊이 제 공방을 열고, 제 악기를 사용해 주시는 연주자들, 그리고 독일에서 저를 찾아오던 분들을 제 공방에서 다시 만나고 싶은 갈망이 있었습니다. 결국,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한국으로 귀국을 결심하고, 서울 서초동에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Q. 귀 사의 주요 서비스(프로그램) 분야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악기 제작, 수리 및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악기 제작은 주로 주문 제작으로 진행되지만, 한국에서 현재 수리 작업에 집중하고 있어 제작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제작은 틈나는 대로 진행하고 있으며, 시간에 쫓겨 작업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다 보니 이번에도 약 1년 만에 바이올린 한 대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제작하는 악기는 최소 10년에서 20~30년 된 최상급 나무를 사용하며, 악기의 등급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제작합니다. 이렇게 제작된 악기들은 최고의 재료라고 해도 각기 다른 특징과 음색을 지니고 있어, 연주자분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악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모든 악기에는 보증서를 제공하고, 전산화 시스템을 통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수리는 악기와 활의 상태 및 가격에 따라 간단한 약식 수리부터 정식 수리, 복원까지 다양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고객님과의 상담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최적의 수리를 제시하고, 최대한 연주자분의 요구에 맞게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판매는 제가 제작한 악기뿐만 아니라, 취미로 연주하시는 분들부터 프로 연주자까지 각기 다른 가격대에서 최적의 선택을 하실 수 있도록, 다양한 악기를 준비해 두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고객님들이 원하는 악기를 보다 나은 조건에서 구매하실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Q. 귀 사만의 특징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크레모나에 있을 당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와 같은 모던 바이올린족 악기들을 꾸준히 배우고 제작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었던 바로크 악기 제작법을 배우고자 했습니다. 특히, 비올라다감바라는 악기 제작을 배우기 위해 크레모나의 고악기 마에스트로를 찾아가 바로크 악기 제작과 수리 기술을 익혔습니다. 그 결과, 악기 주문 제작 활동을 꾸준히 해오는 것과 동시에 크레모나의 프로 비올라다감바 연주자분의 악기와 그분의 클래스 악기들을 맡아 수리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한국인 중에서 유일하게 고악기를 배웠습니다. 그래서 독일에서 일할 때와 현재 제 공방에 비올라다감바를 연주자분들이 찾아오십니다.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일할 당시, 아마추어부터 솔리스트까지 다양한 국적의 연주자들의 악기를 수리하고 복원하며, 소리 최적화 작업인 사운드 어드저스트먼트(Sound Adjustment)를 경험했습니다. 특히 수억, 수십억 원대의 옛 명기들을 다루면서 매우 세심하게 작업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한국에서 연주자분들이 원하는 소리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맞춤형 작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는 항상 ‘사운드 어드저스트먼트까지 끝나야 비로소 완성’이라고 강조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Q. 귀 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 대표자(최종 관리자)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A. 크레모나에서 만든 악기부터 현재까지 제 악기를 사용해 주시는 연주자분들께 항상 감사함과 보람을 느낍니다. 독일에서 근무할 때 많은 한인 연주자들이 찾아와 주셨고, 그분들이 지금은 한국에 오면 꼭 저를 찾아 수리 또는 관리를 받으시고 돌아가실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한 음대생이 깨진 악기를 몇 달 동안 가지고 있다가 방학 중에 찾아와 수리했던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또한, 연주자분들께서 음대 합격, 오케스트라 입단, 대학 강사 채용 등 좋은 소식을 전해주시는데, 그들의 노력과 성과임에도 불구하고 감사와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방에서 먼 길을 찾아오시거나 택배로 보내주시는 분들께도 항상 감사하며, 그들의 시간과 비용이 아깝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Q. 향후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저는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진행형 제작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과거 크레모나의 명장들처럼 다양한 시도를 통해 성장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제 작업의 깊이와 완성도를 더해가고 싶습니다. 먼 훗날, 제 작업을 돌아봤을 때, 그동안 어떻게 노력하고 발전해 왔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제작자가 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수리사로서는, 저를 믿고 악기를 맡겨 주시는 분들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연주자분들의 소중한 악기를 다루는 데 있어 신중하고 책임감을 느끼며,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을 잊지 않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작업하고 있습니다.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쓰다 보면, 앞서 언급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사례들이 쌓여 제가 기억할 수 없을 만큼 많아지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Q. 독자들에게 전할 말
A. 저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공방을 방문하는 분들이 문턱을 높게 느끼지 않도록 항상 노력하고 있으며, 연주자분들과 음악적 이야기를 편안하게 나누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분들의 필요를 더 잘 이해하고 충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정착해 오시는 분들과 함께 쌓아가는 시간들이 제 공방의 역사로 남아 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분들을 만나 뵙고, 그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을 기대합니다. <저작권자 ⓒ 더모스트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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